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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교사이지, 휴업교사는 아니잖은가

휴직을 하고 미국에서 사는 어느 교사의 요즘 생활에 대하여

by Olive

Teachers affect eternity; no one can tell where their influence stops.

-Henry Adams-


매주 토요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네와 줌 미팅으로 종종 만나곤 한다. 여긴 토요일 저녁, 한국은 일요일 아침이 된다. 나도 그 친구도 아들 하나씩만 두고 있고 서로 나이가 똑같다. 집에서 혼자 있는 아들들끼리 온라인으로나마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자 엄마들끼리 생각해 낸 만남이다.


나와 그 친구는 고교 동창 관계로 고등학교 시절 정말 친했다. 나는 키가 크고 그 친구는 키가 작다는 것을 빼면 성격, 성적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우리 둘의 진로는 달랐다. 나는 지방의 교대로 진학을 해서 선생님이 되었고, 그 친구는 이대를 나와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결혼 후 그만두었다.


얼마 전 아이들 줌 미팅 후 엄마들끼리 대화를 하다가 내가 휴직 중인 것을 알고는...


"야, 좋겠다. 휴직하고 미국도 가고, 교사처럼 좋은 직업이 없네. 휴직 후에는 그냥 복직하는 거야?"
"그래... 좋은 직업 맞지. 감사해하고 있어. 근데 그냥 복직하는 거 아냐. 복직 연수도 받고 그래."


맞다. 한국의 교사는 참 좋은 직업이다.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더욱더 그렇게 되었다. 내가 교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서울에서 굳이 지방으로 교대를 간다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분명 나는 서울로 대학을 간 친구들을 내심 부러워했고 친구들은 나를 전혀 부러워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전교 일이 등이 SKY를 가지 않고 교대를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했었다. 불과 몇 년 전, 서울 사시는 은사님 자녀도 고대를 포기하고 연고가 전혀 없는 지방 교대를 선택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계속 교사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취업이 잘 되는 이유도 있지만 안정적인 지위와 휴직 등의 다양한 혜택도 한몫할 것이다.


교대의 인기가 높고 우수한 인력이 교대에 진학하고 있는데 교사가 된 후의 현실은 어떨까? 교직의 인기도는 매우 높은 데 반해 교사의 만족도는 놀랍게도 꼴찌. 한국 교사의 만족도는 OECD 꼴찌로 10명 중 4명이 교사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직업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대학 시간강사로 18년을 근무를 했던 나는 한국 교사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우수한 인력이 교직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막상 교직으로 들어오면 1급 정교사가 된 이후에 승진을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동기유발을 시켜 주는 계제가 없다. 수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나친 행정업무, 학교 운영에 있어서의 자율권 부족 등도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들게 한다. 각종 연수, 대학원 등 나름대로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교직 경력이 더해질수록 나의 만족도는 점점 내려갔다.


이에 많은 교사들이 교장 승진을 준비하지만, 교장 승진은 단 2~3%만 이루어지는 현실. 치열한 교장 승진 경쟁 분위기는 학교의 교육현장에서 중요한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중요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결국 교장이 되지 못하는, 될 수 없는 많은 교사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소수의 교장 직위를 따낸 선생님들은 많은 재량과 혜택을 누린다.


육아로 힘들거나, 교직 생활이 답답하거나, 새로운 배움이 필요한 교사는 휴직을 해 보는 것도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직업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직장을 벗어나 보는 것은 재충전이라는 큰 선물을 줄 수 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꼭 필요한 것들이며 교직생활의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요즘도 나는 교사로서 계속 수업을 하고 있고 또한 배우고 있다. 직장을 쉬고 있을 뿐, 직업은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 온라인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3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유치원생, 대학 졸업 후 한국에 가길 희망하는 미국 고등학생, 한국인 입양 자녀를 둔 내 또래의 미국인 여성. 이렇게 3명에게 한국과 한국어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다.


몬태나 영어 선생님이 운영하는 온라인 영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는 여러 가지 연수 프로그램을 들으며 배움도 이어나가는 중이다. 가끔 한글학교 교사나 한국어 선생님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웨비나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한국의 대학원 수업을 청강하고 있다.


대학생들과도 계속 소통하며 지낸다. 근처 지역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 학생이 1명 남은 상황에서 이번 학기에는 3명의 한국 학생이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을 했다. 지난 설날에는 약밥을 만들어 나눠주고 다 같이 모임도 가졌다. 4명 중 가장 선배인 한 학생은 조리학과 학생으로 졸업 후 뉴욕 요리학원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한다. 계속 응원과 격려를 해 주고 싶다. 한국에 관심이 많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미국 대학생들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한국의 선생님으로서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주고 수업도 해 준다.


휴직교사이지, 휴업교사는 아니잖은가.



[참고 자료]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769

https://news.joins.com/article/2157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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