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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Oct 24. 2021

삶이라는 비행

Epilogue : The start of a new flight





A flight never flew is more beautiful.





Warm comfort

카타르에서 한국에 돌아와 룰루레몬의 매장에서 일할 때, 미국에서 오신 어떤 한국인 아주머니와 얘기를 하게 되었다. 난 카타르항공에 있었다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갑자기 돌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젊었을 적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이셨다. 손님으로 오셨는데도 따뜻함과 친절함이 넘쳐났다. 결제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돌아서서 나에게 속삭이고 가셨다. "아가씨는 어딜 가서 뭘 하든 잘될 거야, 사람이 좋으니까."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마치 나에게 승무원이 되었지만 비행을 못했어도 괜찮다고 여기서도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괜찮다고.  말속 함축적 위로와 응원이 느껴지며 마음이 찡해왔다. 어쩌면 그동안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Cold comfort

"이젠 한국이야? 카타르항공은 어떻게 된 거예요? 계약은 어떻게 됐어? 카타르항공 연봉은 얼마야?" 등의 질문들을 지인들로부터 받았을 때 내 가슴을 콕콕 칼로 쑤시는 것 같이 아파왔다. 요즘도 가끔 물어보는 친하지도 않은 지인의 질문에는 또 "헉"했다가 "아"생각을 하며 처음 많이 들었을 때보다는 덜 상처를 받고 받더라도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서로의 의도와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중년이 되었을 때 이 얘기가 나온다면 "난 젊었을 때 승무원은 되었는데 코로나로 비행은 한 번도 못해봤어" 하며 마음 아파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너무 슬프겠다. 어떻게 코로나 때문에 그런 일이 있다니. 힘내." 이렇게 위로해 주는 친구들의 말은 나를 더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난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 '덕분에' 이렇게 한국에서 다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새롭게 일어난 일들에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그리고 난 지금 이 순간,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행복하게 할 뿐인데. 내가 코로나라는 상황을 바꿀 수 있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여기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온 마음을 다해 할 뿐이다.



지금 속한 곳이나 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환경과 일에 임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에게 달렸다.



State of mind and attitude > Job and position

Positivity of nevertheless > Negativity of because  












The present is a present

카타르에 살며 생에 첫 통금(Curfew)을 경험했다. 주 하루 데이오프인 토요일 전날 금요일이 유일하게 밤 11시 통금인 날이다. 불금을 보내기도 전 10시 반에 부리나케 우바를 불러 10시 59분에 뛰어서 숙소 입구에 카드를 태그 했다. 통금시간 외에도 최소 휴식시간(Minimum rest)이라는 규율이 있다. 픽업 버스가 오기 12시간 전 숙소에 무조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규칙을 어기면 쉽게 해고가 될 수도 있다. 매일 아침 6:30am에 숙소 앞으로 픽업 버스가 왔다. 그러므로 12시간 전인 전날 저녁 6:30pm 이후에는 무조건 숙소에 있어야 한다. 주 6일 저녁 6:30pm 통금으로 살았다.



카타르 항공의 숙소에서 살고 온 후, 지금 한국에서는 밤 11시 이후이던 새벽이던 언제든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는 당연한 것에도 감사하게 되었다. 무슬림 회사이기에 숙소에서는 술과 돼지고기도 금지였다. 지금 현재 집에선 내가 원하면 먹거나 마실 수 있지만 굳이 먹거나 마시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 당시에는 오기에 오히려 더 술을 마시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엔 백신도 맞아 건강을 챙기느라 술은 자제를 하고 집에서 콤부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갈색 물이 나와 샤워필터를 없인 씻지 못했던 도하 생활을 생각하면 지금 깨끗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연한 사실에 문득 또 감사하게 된다. 당연했던 일상이 카타르에 다녀온 후 모든 것이 선물(Present)과도 같은 현재(Present)가 되었다.










4 months in Doha

카타르에서의 4개월이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인생에서는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큰 영향이었고 난 많이 변화했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이 여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부터가 그렇다. 8년의 준비 기간 동안 20번이 넘는 시도의 끝에 승무원이 되어서 중동으로 갔는데 트레이닝이 끝날 때 즈음 비행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가 터져 계속 지연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베이스로 살아가야 했다. 그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를 위해 하려고 노력했다. 불암감과 걱정이 몰려올 땐 명상을 하고 몸이 답답할 땐 요가를 수련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과 더 많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무언가를 꿈꾼다면 꾸준히 시도를 하면 계속 실패하다가도 언젠가는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크고 작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안 닿더라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과 그리고 그 목표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이 순간 빛나고 있는 나를 더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더라도 마냥 행복하지 만은 않은 현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어딜 가든 내 마음의 상태가 결정한다.






Dear whom this may dream to be a flight attendant

승무원을 준비했던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승무원을 꿈꾸고 준비한 과정 만으로도 멋진 거라고. 승무원이 됐던 안됐던 이를 떠나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만약 면접에서 떨어졌어도 괜찮다고. 그 준비가 헛되지 않았고 그 준비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다시 돌아올 행복이 있다고 꼭 말하고 싶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꿈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삶을 꾸려 나가자.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고 다양한 나라들이 있다. 그러기에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몇 달 후 몇 년 후 꿈에 가까워졌거나 꿈을 이룬 자신을 보고 놀랄 것이다. 지금 실패했더라도 경험을 얻고 다시 도전해 보자.



사실 꿈도 경험도 없어도 괜찮다. 지금 있는 그대로로, 멈추고, 숨 쉬고, 바라보자. 이 글을 읽는 순간 잠시라도 쉼과 위로와 용기가 전해졌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Flight back to myself

요즘 자유롭게 요가를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처음 승무원이 되려던 이유와 마음가짐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선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힘을 내 웃을 수 있게, 꿈을 꿀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낮은 위치에서 전 세계 어디에 있던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기에 그리고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우리의 삶이기에.



나의 삶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원하던 직업을 행하지 못했더라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던 이 마음을 잃지 않으며 삶 속 나만의 비행을 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스스로는 모를지라도 난 사람들의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 그 안의 각자의 매력과 사랑이 보인다.



사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기에.






Rejoining call!

리조이닝 연락이 왔다. 고민과 두근거림도 잠시, 콜 이후 또 감감무소식으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이 몰려왔다. 다시 새로움을 향해 떠나야 할 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 과거의 나를 찾아가 토닥여주는 지금처럼 미래의 내가 다가와 현재의 나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쓰다듬어준다. 비행을 꿈꿨지만 그 꿈꾸던 비행을 지금 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비행 중에 스스로 자신이 비행 중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로의 비행은 못했어도 지금 이 모든 과정이 이미 엄청난 비행인 것을, 지금도 우리는 여기 삶 속에서 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더 나은 자신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비행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Learn to F.L.Y ( First Love Yourself )





만약 리조이닝이 진행이 된다면 브런치 북(Brunch book) 2권 '진짜 비행을 한 승무원(Cabin crew who really flew)'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도 비행해 보지 못한 승무원(Cabin crew who never flew)' 이것만으로도 이미 나에겐 걸작(Masterpiece)이다.




지금 나는 어떤 비행을 하고 있는가? 내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을까? 질문을 해보고 당신만의 걸작을 써 내려가며 삶의 아름다운 여정을 비행하길 바란다.




이 한 권의 브런치 북은 눈물을 머금은 몇몇 글들로 한 번도 비행해 보지 못한 승무원인 나에게는 이 글들을 통한 새로운 비행이 시작되는 두근거리는 첫 날갯짓이다.










There will be days when you struggle, want to give up, and don't want to face the world. These are the days that define you. Never quit.




Hate no one, no matter how much they've wronged you.

Live humbly, no matter how life wealthy you become.

Think positively, no matter how hard life is.

Give much, even if you've been given little.

Forgive all, especially yourself.

And never stop praying for the best for everyone.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맞이한 히말라야 QR858 DOH-ICN B777




카타르에서는 아랍어로 이렇게 인사를 한다.


아쌀람 알라이쿰.

 ٱلسَّلَامُ عَلَيْكُمْ‎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영혼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마지막 마침표를 그리고 새로운 시작점을 찍는다.














이전 09화 카타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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