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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Nov 26. 2024

그런 건 못한다는 오해

풋살 같이 하자고 꼬시는 글

"팀 스포츠는 곤란한데..."

"왜?"

"난 승부욕이 너무 강하거든."

"승부욕이 강하니까 팀 스포츠를 해야지!"

"승부욕이 강하니까 승부를 내야 하면 스트레스 받는단 말이야!"

"아....!"


친구 H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즐긴다. 주로 수영,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요가 등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는데, 나는 여태 이 종목들을 관통하는 그 일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풋살을 같이 하자고 졸랐다. H는 망설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승부욕이 강하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었고, 그것이 풋살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는 이유임을 납득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H를 조르고 졸랐다. 

풋살을 시작하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풋살을 같이 하자고 엄청나게 졸라댔다. 테니스를 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풋살을 시작하니 자꾸만 사람들을 모아서,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공을 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풋살을 하자고 하면 세 가지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1) 와, 나 전부터 하고 싶었어 -> 한다

2) 와, 나 전부터 하고 싶었어 -> 미룬다

3) 난 팀스포츠를 못해, 구기종목을 못해, 몸싸움하는 거친 운동은 못해, 체력이 안 돼서 못해


1,2번의 경우 대부분 결국은 하게 되므로 걱정이 없다. 문제는 3번이다. 풋살을 거부 혹은 경계 혹은 회피하는 이들에게 이유는 많았다. 낯을 가리기 때문에 낯선 사람과 한꺼번에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거나, 과격해 보여서 두렵다거나, 한 번도 안 해봐서 엄두가 안 난다거나,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팀스포츠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등의 이유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뭐랄까, 대체로 각각의 성격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의 '설득욕'을 자극하는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3번의 '못할 것'이라는 생각. 나는 이래저래해서 못할 것,이라는 그 믿음이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강력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물론 운동이란 자기한테 맞는 종목을 찾아서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은 종목을 굳이 해보라고 권한다는 게 좀 웃긴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들을 설득해보고 싶은 이유는 뻔하다. 나도 "그런 건 못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운동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앞서 이미 이 구역의 낙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나는 정말로 낙지였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기어다녔다. 눕는 게 너무 좋아서 누워서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기도 했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누워있었다. 나는 늘 기운이 없었고 움직이는 게 싫었고 밖에 나가는 건 너무나 귀찮았다. 사람들은 왜 일부러 시간을 내어 힘을 들여 몸을 움직일까.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저 경이로웠다). 그런 내가 운동 같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만큼 쓰레기는 아니더라. 중년이 되어서 그런지 다들 요가, 필라테스, 등산, 러닝, 수영, 웨이트 등등 뭔가 하고는 있었다. 친구들도 내게 다채로운 여러 운동들을 권했지만 내 반응은 한결같았다. "귀찮아..."

귀찮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일단 일어날 기력이 없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재미도 없어 보이며, 일단 일어날 기력이 없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무한반복). 이런 내가 자기만의 운동을 이미 하나씩은 하고 있는 사람들을 붙들고 동네 사람들 풋살 좀 해보새오 진짜 재미써요 진짜애오 여러분 나랑 같이 하자 제발... 이러고 돌아다닌다는 게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고, 뭔가를 배우고,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하고, 연습을 하고, 그 종목을 좋아하게 되고, 못하면 화가 나는, 그런 변화를 경험했는데, 이미 운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지금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종목을 해보는 게 대수냐 이말입니다!


구기종목은 못하겠다는 생각:

왜! 왜 그런 생각을 하시죠? 구기종목 해봤나요? 안 해봤으면 해보고 생각합시다. 해봤다고요? 아니 근데 모든 구기종목이 다 같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풋살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 정합시다. 


팀 스포츠는 못한다는 생각:

왜죠? 팀 스포츠 해보셨나요? 안 해보셨죠! 해보면 내가 팀 스포츠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상상 속 가상의 팀 스포츠에 대한 편견을 버려! 일단 풋살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 정합시다. 


몸싸움? 거친 운동은 싫다는 생각: 

일단 해봅시다. 풋살하면서 몸싸움하는 건 그냥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일부러 싸우는 격투가 아니란 말이애오! 일단 풋살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 정합시다. 


승부를 겨루는 종목은 부담스럽다는 생각:

승부를 겨룬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경쟁적인 것은 아닙니다. 승부를 내는 종목을 경기로서 지켜보는 것(승패에만 주목하게 됨)과 내가 직접 하는 것(승패보다는 각자의 경험에 집중하게 됨)은 마음 자체가 다르다규! 일단 풋살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 정합시다. 


체력이 안 돼서 못하겠다는 생각:

해봐야 체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지! 그리고 제가 계단 3칸만 걸어올라가도 숨을 헉헉대던 사람이었는데요 풋살 몇 달 하니까 체력이 늘었어요! 하면 늘어요! 일단 풋살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 정합시다. 


'일단해본다음에정합시다무새'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게 사실이기 때무네... 하여간 같이 풋살 하자고 꼬시는 글이었습니다... 친구드라 같이 풋살하자(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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