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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부리 Mar 11. 2021

영양사말고 미소지기

영양사 아닌데, 영양사는 맞아요.(3)

[함께 곁들이면 좋을 bgm 추천드립니다. 도시아이들-달빛 창가에서 ]



본 편의 이전 이야기 '식품영양학과, 졸업하면 어때?'




미소지기 A : “새부리님, 오늘은 핫도그 몇 개 넣어둘까요?”

새부리 : “음, 평일이니까 3개? 면 될 것 같아요. 하나 나가면 알려주세요."

미소지기 B : "새부리님! 이거 좀 봐주세요!"

새부리 : "네네! 아 그리고 오전에 한가하니까 좀있다가 같이 나쵸 소분해요!”


영화관 아르바이트 9개월 차, 게다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보다 2-3살 위였던 나는 소위 ‘선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실제로 영화관 아르바이트생들 중 선임은 따로 있었다.)


영화관에서는 가장 바쁜 시간을 ‘러쉬타임’이라고 표현하곤 했는데(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같이 손님들이 계속해서 밀려들 때를 말한다. 하루 중 러쉬타임이 잠깐 왔다 갈 때도 있고,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에는 유명한 영화가 몰아서 개봉하고 하니 하루 온종일 '러쉬타임'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거의 7년전 이야기지만) '러쉬'일때는 티켓판매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표소 대기순번이 999번을 찍고 다시 1번부터 시작하는 것을 하루에 몇 번씩 목격하곤 했다. 매점은 또 어떠한가. 주문을 받는 알바생, 음료와 기타 간식을 매대로 가져다 주는 알바생, 재고를 채우고 간식을 제조하는 알바생들로 나눠져서 팝콘이 쏟아져 나오듯 음료와 간식들을 손님에게 쏟아낸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때를 회상해보면 재밌고 신나는 기분이든다. 힘들고 고달프다기 보다는 손님이 몰아치는 '러쉬타임'을 끝내고 나면 항상 재밌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소지기 C : “네. 고객님. 주문 확인 하겠습니다. 콜라 작은 사이즈 하나, 사이다 작은 사이즈 하나."

새부리 : (탁!) "음료 나왔습니다."

미소지기 C : "나쵸 두개, 캐러맬, 어니언팝콘 반반 큰사이즈"

새부리 : (탁!) "나쵸, 팝콘 나왔습니다."

미소지기 C : "맞으시죠? 주문하신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간식 모두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손님 주문 받겠습니다~"


주문 받는 알바생과 가져다주는 알바생의 손발이 착착 맞을 때, 희열감이란!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이 손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분기에 한 번(기억이 정확하다면) 슈퍼바이저와 매니저 앞으로 조를 구성해 친목도모를 하기도 했다. 예를들면 다른 지역의 영화관을 다같이 가본다던가, 마감 후 영화관 전체공간을 활용해 매니저별로 팀을 나누어 런닝맨 '이름뜯기' 게임을 진행한다던가, 물론 단순회식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존 미소지기와 신규 미소지기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서로 금방 친해지고 일에도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관에는 매점, 매표 외에 '플로어'근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상영관 관리를 하는 파트인데 플로어 근무를 하게되면 나가는 문 안내를 하기 위해 상영이 끝나기 '3분전'에 들어가 대기를 하게 된다. 덕분에 역대급 반전 영화의 결말을 먼저 스포당해 버리기도 하고, 비명이 난무하던 공포영화 상영관에 혼자남아 기괴한 엔딩크래딧 음악과 함께 나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며 뒷정리를 해야한다던가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하다. 그래도 뭐 그 외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영화관 매니저 공채에 관심이 생겼다.


부점장님 : “새부리님, 취업준비 잘 돼가요?”

새부리 :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부점장님 : “일 하는 것은 좀 어때요?”

새부리 : “이제 나름 익숙해져서 재밌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도 매니저 공채를 지원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부점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부점장님 : “좋죠~ 일 하는 것도 재밌어 하는 것 같고 성향에 잘 맞는다면 저는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만약 지원하신다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도움 드릴 것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흠.. 그럼 도전해 볼까..’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르다고, 아르바이트일 때는 재밌던 일이 막상 직업으로 고려해보니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화관 매니저가 되면, 난 계속 영화관에서 일하게 되는 건가..?(당연한 소릴) 주말도 휴일도 항상 근무해야 되잖아.. 흠, 그건 싫은데. 진상 고객들은 또 어떻고(너무 싫어!), 매니저가 되면 끝판왕들만 골라서 처리해야 될텐데 너무 끔찍하다.. 스트레스 받아서 원형 탈모 생기는거 아니야?(모발모발..)


‘어휴..(절레절레) 벌써 점장 달았네 혼자.. 우선 붙고 나서 고민하자.’


그리고나서 며칠 뒤, 뜻밖의 곳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다.

더이상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절박한 마음에 닥치는대로 원서를 넣었는데, 막다른 길에 몰렸단 생각으로 넣었던 대기업 단체급식회사 '보조영양사' 면접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영양사가 혼자 수행해야할 업무의 양은 사업장의 규모마다 차이가 있는데, 실제로 단체급식 회사에는 본사소속의 정규직 영양사가 고유 업무를 혼자 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식수가 일정규모 이상인 업장에는 자체적으로 혹은 하도급 업체를 통해 영양사를 도울 '보조영양사'를 채용하는 시스템이 있다. 면접연락을 받은 곳은 이중 후자에 해당했다.


영화관 매니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영양사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다. 최종합격하게 되면 서울소재 한 대학교 학생식당의 보조영양사로 근무할 수 있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본사에서 진행된 면접은 면접관 2명, 나를 포함 총 3명의 지원자로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내 앞뒤로도 여러조의 면접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보조영양사도 지원자가 어마어마하구나...’


늘 그렇듯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면접이 시작되었고 늘 물어보는 평이한 질문들로 무난하게 면접이 마무리는 것 같았다.


면접관 A : “자, 더 질문 하실 것 없으시면 마무리 할까요?”

면접관 B : “네, 결과는 업체 통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 수고들 하셨고요. 아, 그리고 새부리님만 잠시 남아주시겠어요? 다른 분들은 나가셔도 좋습니다.



'영양사 아닌데, 영양사는 맞아요'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IMAGE BY YOUNGLAUREN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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