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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09. 2024

24. 그날의 합주

Poem



바닷마을 아이들은 볼기 맞을 때도

철썩, 파도소리가 났다      


혹등고래를 타고 놀다가 이불에 오줌을 누면 

짭조름한 바닷 내를 맡으며 다시 꿈속으로 풍덩, 빠졌다     


만선 뱃고동 소리는 중앙‘도’ 음으로

이른 아침 어시장 흥정을 붙였다

하선하는 가장의 몸에 비늘이 반짝이면

아낙들 주름이 갈매기처럼 가벼워져 날아갔다     


파-도, 파-도 


종일 4도 음정을 연주하는

바다피아노교실이 문을 열던 날

아이들은 유리문 안을 기웃거리다 썰물과 함께 도망쳐

소라껍데기 속으로 숨었다     


채반에 널은 박대가 쫀득하게 마르고

물고기의 터진 알집 같은 노을이 객석에 자리를 잡으면 

바다를 향해 피리를 불던 아이들     


물메기 살처럼 물렁한 볼에 잔뜩 힘을 주고

삑삑, 볼멘소리를 내면

피아노교실에서는 물때 맞추듯 연주를 멈췄다     


사는 게 엇박자여서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늦었으나 이내 철썩, 

겹쳐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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