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냉장고 위에는 요정이 산다
우리 집에는 요정이 산다. 바로 냉장고 붙박이인 바니이다.
바니가 처음 냉장고 위에 올라간 건 서너 살쯔음이다. 평소처럼 싱크대 위를 헤집고 다니다가, 어쩌다 냉장고 등반에 성공했다. 그때 반응을 너무 격하게 해 줬던 게 문제였을까. 그 이후부터 냉장고 위는 바니 자리가 되었고, 바니의 별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냉장고 요정. 냉장고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맨날 냉장고에 올라가 있어서이다. 수호신까지는 아니니까...... 대충 요정이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바니는 냉장고 위에서 부엌을 내려다보는 걸 좋아한다. 아마 부엌에 있는 인간들이 한눈에 들어와서 좋은 것 같다. 밥 먹을 때마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서 보면 백이면 백, 바니이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인간 밥 먹는 거 구경하는 게 재밌어? 하고 바니한테 물으면 앵, 하고 운다. 재미있나 보다. 우리로 치면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는 것과 비슷한 걸까. 그렇다면 꽤나 재미있을지도…….
냉장고 요정 때문에 부엌 풍경이 바뀌었다. 냉장고 앞에 식탁 의자 하나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바니는 이상한 고양이다. 올라갈 때는 부엌 싱크대부터 서랍장 등 이것저것 딛고 올라갔으면서 내려올 때는 그냥 냅다 번지점프를 해버린다. 나는 바니가 그럴 때마다 기절할 것 같다. 바니도 이제 마냥 어린 아기 고양이가 아닌데. 관절은 괜찮을 때부터 관리해줘야 한댔는데....
그런 이유로, 냉장고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게 됐다. 부엌을 보고 있자면 조금 웃기다. 부엌에 들어가면 냉장고 위에는 고양이가 뒹굴댕굴거리고, 냉장고의 바로 앞에는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실 우리 집 부엌이 넓은 편이 아니고, 식탁과 냉장고 사이의 통로가 좁기 때문에 이 의자가 조금, 아니 상당히 거슬린다. 그렇지만 자꾸 냉장고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고양이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바니 덕분에 밥 먹을 때 쓸쓸할 일은 없다. 정말 언제나 냉장고 위에서 날 지켜보니까. 사실 꽤나 부담스럽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만 구경하면 안 될까. 가끔은 체할 것 같다.
+ 바니 덕분에 냉장고 위를 자주 닦게 되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