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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Feb 17. 2021

4. 이불속에 입주 묘를 들이다

개인의 공간


4. 이불속에 입주 묘를 들이다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나를 중심으로 발치에 둥근 원을 그린다. 원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고작해야 내 몸의 크기 정도. 이건 온전한 내 공간이다. 사람을 만날 때는 이 정도의 거리를 둔다. 상대방의 원도 침범하지 않는다. 그건 그 사람의 공간이니까.


  하지만 인생에 예외는 항상 있는 법이더라. 근데 그게 고양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 공간을 중요시해왔다. 내 자리, 내 방 등.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공간이란 얼마나 아늑하고 안정감을 주는가. 나는 내 방에서도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내 방은 이미 아무도 오지 않는데도, 더 안온하고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이불속에서 살았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누워있었다. 그렇게 하면 주위는 어둡고 안락하고 공기는 따뜻해서 좋았다. 나 혼자밖에 없어서 좋았다. 다른 건 없어도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바니가 온 지 몇 달이 지났을까. 어느 날의 바니는 내가 허구한 날 쏙 들어가 있는 이불속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바니는 이불 끄트머리를 머리통으로 비비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불을 슬쩍 들어줬다. 바니는 그제야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내 옆구리에 딱 붙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골골 노래를 불렀다. 뭔지는 몰라도 바니도 이불속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쭉 내가 이불속에 있으면 자기도 비집고 들어와서 한자리를 꼭 차지했다. 내 옆구리 쪽의 공간은 바니의 지정석이 되었고 그 덕분에 내 옆구리는 항상 따뜻했다. 사계절 내내 따스한 봄이었다.


이불속에 쏙 들어간 바니

  나는 그동안 사람들을 너무 밀어내고 산 건 아닐까. 사실은 같이 있으면 이렇게 좋은 건데, 나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느라 내 공간에 그냥 고립된 건 아닐까. 바니를 옆구리에 끼고 누워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입주묘를 들이게 된 소감은 이렇다. 혼자 있을 때보다 만족스럽다. 텅 빈 느낌보다는 무언가 가득 들어찬 느낌. 이젠 바니가 이불속에 안 들어오면 섭섭할 지경이다. 실제로도 섭섭해서 바니가 이불속에 안 들어오면 '바니! 왜 안 와!' 하고 징징거리게 된다. 참 웃기다. 사람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도 되나. 하여튼, 나만의 공간은 이제 우리의 공간이 되었다. 나는 이제 혼자와 함께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고 그 깨달음이 마음에 든다. 입주묘에게 받는 월세는 이걸로 퉁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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