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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Mar 04. 2021

5. 행복할 때 부르는 노래

고양이의 노래



5. 행복할 때 부르는 노래







  고양이는 행복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 고릉고릉 소리를 낸다. 이는 '골골 송'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아주 가끔 아플 때도 내긴 하는데, 그건 예외로 둔다.)

  바니는 골골 송을 자주 부른다. 어느 상황에 부르냐면 내 무릎에 올라왔을 때, 내 배 위에 앉을 때, 나한테 쓰다듬을 받을 때, 간식이 너무너무 맛있을 때, 사냥놀이를 하다가 너무 신났을 때 등. 자주 '나 기분이 좋아요'하고 주위가 떠나가라 표현을 한다. 그럼 나는 그 행동을 보고 '바니가 지금 행복하구나' 하고 짐작한다. 그리고 덩달아 행복해진다. 이 자그마한 털 뭉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행복해. 나도 행복해 바니야. 가끔 속삭이곤 한다. 그러다가 못내 아쉬워진다. 사람도 골골 송을 부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도 바니에게 나도 너처럼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어렵다. 나는 뭘로 알려줘야 할까. 바니 덕분에 행복한 순간들을,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가득 찬 마음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알려줄 수가 있을까.

  사실 바니는 몰라도 되지. 인간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다. 그래, 바니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바니의 두 개 있는 임무 중 하나이다. 건강하기, 행복하기. 나는 바니가 행복하도록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건 나의 임무이다.


 

세상 모르고 자는 바니

  

  바니가 고릉고릉 소리를 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행복해져라.

  더 행복해져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고양이가 되어라.

  이 작은 고양이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맑고 사랑스러운 행복으로 묵직하기를. 찬란하고 따스한 것들로만 삶을 채우기를. 그렇게 되도록 기도하고 노력하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행복하기를.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부모님이 떠오른다. 엄마와 아빠도 어린 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한 나를 보며 행복했을까. 바니가 나의 행복인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들의 행복이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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