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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an 29. 2024

이상한 그림편지

까마귀의 목소리

Oilpastel, acrylic on paper

이상한 그림편지

8. <까마귀의 목소리>

Oilpastel, acrylic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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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지금 우리 마을에서는 앵무새 축제가 한창이랍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어울리지 않게  앵무새 축제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이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이 앵무새를 데리고 왔고 그 앵무새가 그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큰 일을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나는 새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당신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왜 새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마 모험길에서 만났던 까마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생선가게들이 즐비했던 큰 바다를 뒤로하고 다시 모험길에 올랐습니다. 편지를 주욱 읽으셔서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여행길과는 매우 다른 길이었기에 어느샌가 바다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사람 냄새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끌벅쩍했던 생선가게거리와는 아주 상반된 곳이었습니다. 너무 조용한 나머지 내 심장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죠.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그때 높이가 10m는 되어 보이는 보랏빛 건물이 점점 눈앞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양철로 된 건물에는 빨간 문 하나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점점  건물과 가까워졌고 곧 나는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분명 그분들의 목소리였기에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건물 안에서 할머니와 아버지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밖에서 내가 듣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내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 심장은 아주 빨리 뛰기 시작했고 나는 그분들이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붉은 문의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문 밑에 떨어진 검은 까마귀 깃털을 발견했습니다. 깃털을 보는 순간 나는 내 마을의 말하는 앵무새들이 떠올랐고 건물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매우 화가 났기에 주변을 둘러보며 까마귀가 있는지 찾았고 저 멀리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까마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보고 말했습니다. " 장난이야 장난! 우리 아가, 할머니가 장난을 좋아하는 거 알고 있지?" 정확하게 할머니와 똑같은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그 까맣고 소름 끼치는 까마귀에게 당장이라도 뛰어가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 길이 모험길이라는 것을 다시 곱씹으며 그 망할 까마귀에게 답하고는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독일 농담밖에 모르시는 분이야, 멍청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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