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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Feb 01. 2024

이상한 그림편지

세 자매

이상한 그림편지 9.<세 자매를 조심해야해> 2024 Marker,colorpencil,watercolor on paper



안녕 친구! 이곳은 앵무새 축제가 끝나고 다시 조용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시끌벅적하고 거리가 조금 지저분해지기도 했지만 금방 본래의 내가 좋아했던 풍경으로 돌아와 나는 지금 매우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앵무새 축제에서  다양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들을 보고 있자니 하마터면 잊을 뻔했던 세 자매가 생각났습니다. 이번엔 그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까마귀의 장난으로 나는 매우 기분이 울적해지고 화가 난 상태로 다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눈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나기도 했죠. 그러다가 이내 뒤를 돌아 까마귀를 향해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뒤 돌아본 그곳엔 까마귀가 없어진 지 오래였지만 말입니다. 한참을 걸어도 나무와 작고 큰 바위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길 위에서 나는  이제 모험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개미 한 마리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렸는데 길의 끝에 거대한 공작새 같아 보이는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 가니 아주 큰 옷을 입은(거의 옷에 묻혀있는 수준이었죠. 그림에 그린 것처럼요) 세 명의 여인이 서있었고 그녀들은 내 손을 잡고 자신들과 이곳에 있자고 졸라댔습니다. 앞으로의 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고 무서울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녀들은 자매인데 원래는 크지 않았던 옷이 점점 몸이 작아지기 시작하며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그 세 자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큰 옷 안에서 발가락을 조금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이는 정도로만 움직였습니다. 나는 오래 걸었기에 그녀들과 함께 그곳에 머물며 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입고 있던 옷이 점점 커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몸이 작아진 건 아닌데 말입니다. 조금씩 커져가는 옷이 곧 나를 삼켜버릴 것 같다는 공포에 한 순간에 휩싸인  나는 바로 그 자리를 뒤로하고 마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았을 때 그 세 자매들의 옷은 점점 더 커져 그녀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리고 내 옷은 멀쩡했답니다. 지금은 살이 쪄서 작아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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