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어제 집 앞에 누군가 사과파이를 두고 갔길래 몇 안 되는 이웃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사과파이를 두고 간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촉촉하게 윤기가 흐르는 사과파이를 본 나는 그것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혹여나 누군가 그 파이에 독을 탔다고 해도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나는 죽지 않고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나는 파이를 먹는 내내 혹시 당신이 두고 간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 편지에 내가 사는 곳에 대한 힌트를 적었으니까요! 당신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진 않는다는 것이겠죠. 참, 오늘 내가 들려드릴 7번째 얘기를 또 까먹을 뻔했군요. 소녀가 만들어준 옥수수빵을 먹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항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연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소금처럼 하얀 갈매기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생선가게들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해산물을 꽤 좋아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생선가게들을 둘어보았습니다. 신선한 소금기를 먹은 바다냄새가 콧속으로 넘실대며 들어왔습니다. 나는 가게들을 둘러보다 한 부부가 운영하는 생선가게 앞에 멈춰 섰습니다. 비쩍 마른 남자와 그와 정 반대로 몸집이 큰 여자가 잔뜩 찡그린 채 생선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장사가 잘 안 된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곳을 지나쳐 넙치가 얼마 남지 않은 가게에서 생선을 두 마리 샀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른 가게들은 생선이 거의 다 떨어졌는데 방금 본 그 부부의 가게는 생선이 가득하다는 게 참 이상하더군요. 조심스럽게 넙치를 산 가게의 사장에게 물어보니 그 집 부부는 저주를 받았다며 생선을 팔아도 팔아도 줄지를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건 좋은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사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생선이 계속 생기는 건 축복일 수 있지요! 하지만 그 귀한 생선을 다 갖다 버리니 그들에겐 저주나 다름없지 않소?" 사장은 고개를 양쪽으로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소, 배곯는 사람이 많다 이 말이오. 우리 상인들은 사정을 알기에 그들에게 하루에 팔지 못한 생선을 나누어 주곤 하지. 하지만 그 부부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말입니다. 생선을 다 버릴 바에 나누어주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지만...."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못한 채 부부의 가게를 바라봤습니다. 그들은 잔뜩 화를 내며 생선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넙치를 구우러 가는 길에 배가 곯아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계속 지나쳐야만 했습니다. 그건 정말 저주가 맞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