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6번째 편지를 쓰며 나는 작고 오래된 나의 집에서 호수 건너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강아지 머프를 키우며 살고 있어요.(편지의 주소를 보면 알 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간 보낸 편지들이 다시 반송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송되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이 편지를 싫어하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내가 사는 주소로 누군가 찾아와 화를 낸 적도 없고 말입니다. 부디 당신이 내 편지를 성가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번 나는 채소괴물들에 대해 이야기했죠. 생긴 건 꽤나 괴이하고 징그럽기도 했지만 나는 착하고 순수한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달콤한 향이 풍기는 그곳을 지나 좁은 계곡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옷에 밴 달콤한 향이 거의 날아갈 무렵 몹시 배가 고파졌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옥수수빵도 다 떨어진 상태였고 날씨는 급격히 추워졌기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왔는지 축축한 땅을 밟고 지나가는데 저 멀리 작은 집이 보였습니다. 아주 낡고 볼품없어 보이는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남은 힘을 짜내어 걸어갔습니다. 조심스레 나무문을 두드리니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한 소녀가 나왔습니다. 창백하고 흰 얼굴에 처진 눈매, 그리고 빛이 바랜 옷을 입은 소녀는 나를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하루만 쉬어갈 수 있겠냐고 물었죠.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추위에 떨고 있는 내게 따뜻한 옥수수 수프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녀는 작은 검정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소녀가 하고 싶은 말을 그 개가 대신 말해주더군요. 그 개는 자신이 원래 소녀의 할머니였지만 일 년 전 개로 변해 소녀를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낡은 식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낡은 집과 머프가 생각나더군요. 나는 소녀의 집에 구멍이 나거나 덜컹거리는 창 틀을 고쳐주고 벽난로를 고쳐주었습니다. 소녀는 매우 고마워하며 옥수수빵을 만들어주었고 나는 그 빵을 들고 다시 모험길에 나섰습니다. 낡고 추운 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집을 나와 걷는 내내 나는 춥다는 생각도 기분도 느끼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