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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Feb 05. 2024

이상한 그림편지

회색쥐의 집

2024 Marker, watercolor, crayon , colorpencil on paper

안녕 친구,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상한 완두콩수프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치즈를 왕창 먹어도 될 정도로 건강하답니다. 내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편지를 쓰지 못하는 내내 나는 몹시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누워서 낡은 책상만 바라보아야 했죠. 지난번  몸이 점점 작아져 옷에 묻혀 사라질 것 만 같던 세 자매를 뒤로하고 걷다 보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졌고 나무와 땅도 모두 암흑으로 물들었습니다. 멀리늑대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풀숲에서는 바스락 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누군가라도 찾기 위해 길을 따라 걷는 중 작은 언덕모양으로 생긴 집을 발견하고 노크도 하지 않은 채로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누군가 쫓아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간 후에도 뒷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은 여간 불쾌할 수 없었죠. 집은 아주 작고(천장이 매우 낮아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저분했습니다. 바닥에는 흙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고 작은 씨앗들도 보였습니다. 불쑥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기에 나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고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버렸죠. 작은 여자아이가 비명소리에 놀아 그대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마르고 창백해 보이는 아이에게 왜 이런 곳에 혼자 있느냐고 물어보니 어느 회색쥐에게 끌려왔고 회색쥐가 시키는 집안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언니가 보고 싶다며 자신을 데리고 나가주길 부탁했습니다. 아이를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회색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방 안으로 들어오는 회색쥐를 방안에 있던 기다란 빗자루로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려는데 아이의 손이 잡히지 않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는 이미 유령이었던 것이지요.  허탈하고 놀란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언니를 보러 갈 수 있게 됐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서 이 집을 떠나세요. 회색 쥐가 깨어나기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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