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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40 싱글

종이에 마카



처음 스무 살이 되던 해를 떠올렸다. 부드러운 복숭아의 속살 같았던 그때에 나는 마치 거인 왕국에 들어온 소인국 사람처럼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두려웠고 무서웠다. 재밌기도 했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나오는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스무 살이 되어 처음 사귄 남자 친구는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친구를 통해 그의 결혼사진을 보던 날 길을 걸어가면서 두 뺨에 주룩 주룩 흐르는 눈물을 벅벅 닦아내며 울었더랬다. 그날도 10년 전이 되었다. 40살이 된 지금의 나는 그래서 조금 여유롭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는가, 아니다. 회복이 더딘 체력과 사람에 대한 불신, 이유 없는 까칠함과 경계심만 더해졌다. 노느라 바빠 성실히 쓰지 못했던 일기장을 이제는 여유 있게 펼치고는 회상하는 여유는 생겨버렸다. 화려한 블라우스도 눈치 보지 않고 입고 다닌다. 나는 주기적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빠지고는 했는데 한참을 회상하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맥주 한 캔이 꼭 놓여 있곤 했다. 그리고 그 맥주가 비어져 있을 즈음에 나는 회상을 멈추고 좋아하는 책을 찾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울해지려 하는 마음이 들 때는 꼭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는 친구를 찾거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곤 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좋은 습관을 하나 얻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다가도 옛 생각이 나면 책 모퉁이의 빈 공간에 내 생각을 적었다. 그렇게 적고 나서 한참 지나서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오면 내가 조금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 이렇게 생각해보니 40살의 나는 자주 사랑스러운 것 같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그만. (뒤죽박죽인 글이라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100프로 맞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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