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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Sep 22. 2023

오두막에서 친구를 만나다(2)

 그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괴물이었습니다.

소녀가 지켜보기에 가슴에 구멍이 난 괴물은 조용하고 상냥했습니다. 괴물의 텅 빈 가슴에는 이따금 작은 새가 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오두막의 주변에는 낮잠을 자는 동물들로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가 안전한 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녀는 풀 숲에서 폭! 튀어 올라왔습니다.


“안녕?!”


가슴에 구멍 뚫린 괴물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


소녀는 천천히 괴물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어… 오, 오지 마.”


괴물이 말했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생겨서 놀랄 거야.”


소녀는 물었습니다.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싫어해. 흉측하다고.”


소녀는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 너는 가슴에 구멍이 있을 뿐이야. 단지 그럴 뿐이야.”


괴물은 소녀를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그때 소녀의 친구인 다람쥐와, 토끼와, 사슴이 괴물에게 다가가 친숙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이미 내 친구들과 친구였나 보네.”


소녀와 괴물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습니다.



소녀가 숲에 놀러 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은 오두막에서 동물들과 그리고 괴물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즐거워 해가 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괴물은 종종 늦은 밤이 되면 마을 입구까지 소녀를 배웅해주기도 했습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좋을 텐데.”

“아니야,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 거야.”

“혹시 모르잖아. 좋아할지도.”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조심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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