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상향식 교육과정 개정: 교육정책 입안자의 반영적 리더십 추구?

by 정준민

국가 주도의 Top-Down형태는 결국 교사로 하여금 외적 명령이나 책무성 요구에 ‘대응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만든다. 성열관(2018: 165)은 “Clement(2014)는 교사와 교육정책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교사들은 관행과 새로운 정책 사이에서 타협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환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정책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공감의 과정을 갖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새로운 정책’의 악순환은 교사를 창조적 학습자로 간주하기보다는 책무성 정책의 대상으로 위치시켰다는 데 원인이 있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교육정책 입안자가 교사들을 책무성 정책의 대상으로 위치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교육정책 입안자가 반영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영적 리더십이란 참여하는 이들의 의견이 모두 채택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의견이 의사결정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실리테이션의 핵심 개념인 ‘중립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게 되면 다른 참여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정책 기획자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미리 본인의 답을 갖지 않은 채로 철저한 중립자가 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따르는 것은 그 의견이 최선의 의견이어서가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따르는 가장 큰 동기는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었는가’의 측면임을 언제나 견지해야만 한다.

교육정책의 기획과 실천의 과정에서 정책 입안자가 다음과 같은 반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정책이 기획되는 과정에서부터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단순히 공론화의 장만 열려 이야기만 나오고 그 이야기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정해진 정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쪽이 아니라 모순을 발견하는 단계에서부터 정책이 기획되어야 한다.

두 번째, 자연스럽게 첫 번째의 단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을 모델로 삼는 것이다. 물론 “00 학교니까 가능하지. 우리 학교는 안 돼.”라는 이야기가 나와 공감받지 못하고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도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공론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때 나온 의견들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물론 물과 기름처럼 서로 싸우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의 이해’를 갖게 만드는 기초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념 간 대립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이런 공동의 이해를 갖게 만드는 기초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일상적인 학교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전제에 동의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세 번째, 단순히 교사들의 의견만이 아니라 3 주체에 해당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따라서 공론화의 주체는 3 주체와 교육당국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욱더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네 번째, 이때 정책 입안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의견이 채택될까 봐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여 ‘대응하는 사람’이 아닌 ‘학교를 더 좋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게 만드는 설득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이렇게 여러 공론화 과정을 거쳐 채택된 정책은 이제 실천의 장에 돌입하게 된다. 실천 상황에서도 예상치 못한 모순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때 정책 입안자는 이러한 예상치 못한 모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완된 정책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는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포기하지 않고 ‘학교를 변화시키는 사람들’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만들기 위함이다.

여섯 번째, 결국 정책의 기획과 실천은 정확하게 어떤 단계는 기획이고, 어떤 단계는 실천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실천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획이 이루어지고,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실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 입안자가 어느 한순간에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트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사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현장의 실천가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정책 시행에 저항하거나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게 된다.


이러한 반영적 리더십의 마인드를 교육정책 입안자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적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기존 방식과 반영적 리더십을 적용한 경우를 나누어 구체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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