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와 비고츠키: 소수자에게 실질적 기회를!
사회적 소수자가 새로운 계층(class)으로 진입하기 위한 발판의 필요성
비고츠키는 교육이란 누군가가 당장에 닿을 수 없는 전등을 킬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아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서 변호사 집단에 진입하기 위해 수많은 발판을 필요로 했다.
이를테면 최수연은 로스쿨을 다닐 때 바뀐 강의실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회전문을 진입하지 못할 때 회전문을 멈춰줌으로써 ‘정상적으로’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돕는다. 정명석은 기존의 변호사 집단의 특정한 코드에 의해(ex.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의뢰인과 제대로 의사소통은 되겠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게 가해지는 차별로부터 우영우를 보호했다. 그를 통해 우영우가 실질적으로 의뢰인이 들고 온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준호는 우영우가 의뢰인에게 상대방을 헤아리지 못한 채 직설적으로 던지는 질문들을 ‘유하게’ 해독하여 전달한다. 이를 통해 우영우가 별 탈 없이 의뢰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동그라미, 아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생략..)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생각해도, 이 드라마의 엔딩의 의미는 확실하다. 처음에는 우영우가 회전문을 통과하는 방법을 몰라서 들어가지 못한다. 끝에는 이준호가 알려준 ‘리듬’으로 스스로 회전문을 통과하여 한바다에 진입한다. 이는 누군가가 제공한 발판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여, 변호사라는 새로운 계층(class)으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자폐 스펙트럼과 같은 장애인에게 비고츠키가 이야기하는 발판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로 이 드라마의 의미를 국한시키고 싶지는 않다.
서브플롯에 해당하지만 소위 ‘정상인’의 범주에 있는 권민우 역시 주변 사람들의 도움(발판)을 통해 진정한 변호사로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깨닫는다. 권민우는 최수연처럼 소위 있는 집에서 태어나지 못해 사회계층적 세습이 일반적인(?) 변호사 집단에서는 나름 흙수저 캐릭터로서 소수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벌이는 것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한 개연성일 것이다. 그런데 호감을 갖고 있는 최수연의 “나는 바보 같은 사람이 좋다”는 말을 수용하여, 기존의 권모술수 권민우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에서 모든 소수자에게 발판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항상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가난하거나, 사회/문화 자본이 부족하거나, 장애를 가졌거나.. 이렇게
‘뭔가 손해 보게 되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가님이 남긴 답이 '주변 사람들의 연대를 통한 발판(scaffolding)의 제공'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적 소수자들이 본인이 원하고, 능력이 된다면(아주 애매한 개념이지만..) 별다른 방해 요소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말이다.
고작 회전문이란 방해 요소 하나를 통과하지 못해 변호사 정규직이 될 수 없으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이처럼 소위 정상인(?)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고작~ 시리즈'로 인해 수많은 소수자들은 강제로 이솝우화의 여우가 되어 나뭇가지의 포도를 신포도라 이야기하거나, 나뭇가지에 달린 감을 못 먹는 감에 빗대고 있다. 이러한 고작 시리즈의 해결방법은 '애써' 그 소수자를 돕기 위한 연대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발판일 것이다. 권민우가 마지막에 우영우를 지지하는 최수연을 지지하는 모습도 이러한 마음이 발현되는 '순간'을 잘 보여준 사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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