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종점으로 되돌아가는 마음에 관하여

by 북극성 문학일기

A는 지하철로 1시간 반에 걸쳐 통근합니다. 서로의 통근 방식을 이야기하다가 A의 친구가 한다는 독특한 통근 방식을 알게 됐어요. 그는 매일 아침,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에서 서로의 살을 부대끼며 회사까지 가는 일에 괴로워했습니다. 여러 궁리 끝에 그가 찾은 해결책은 종점까지 되돌아가서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무조건 앉아서 가지만 두 시간을 가야만 하는 저와는 다른 방식의 괴로움이었습니다.


좁고 습하고 정신없는 대중교통 통근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더 일찍 일어나 사람이 몰리는 시간을 피할 수 있고, 누군가는 아예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버릴 수 있습니다. 그냥 그 시간을 꾹 참고 견디는 것도 그 나름의 방식일 테죠. 세상엔 참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종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그 이야기에 마음이 머물렀어요.


일단 출발한 자는 웬만하면 뒤를 돌아볼 일이 없습니다. 그가 뒤를 돌아보고 싶어도 이미 지하철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끝없이 앞으로 질주할 뿐입니다. 아마 A의 친구도 그걸 알았겠죠. 그러나 알고 있음에도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마음이 있어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텅 빈 곳을 하나씩 채워가기.


종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 질문을 저에게로 가져와 읊조려보고 싶었어요. 되돌아가는 순간, 그리 멀리 오지 않았지만 그간 걸어온 길이 눈에 밟힐 거예요.


눈을 감아도 선연하게 보이는 세상이 있습니다. 그 세상엔 이제 막 직업인으로서의 일을 시작한 제가 있습니다. 초년생인 저는 어느 날은 야근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어느 날엔 눈물을 삼키며 비상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마음을 추슬러보기도 합니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발을 구르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다가도 어떤 일은 전화 한 통이 오히려 낫다는 것을 배웁니다. 때론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아 슬퍼지고, 동료의 말 한마디에 쉽게 기가 살아나요.


견디고 배우고, 울고 웃고, 때론 화나서 폭발하다가도 폭발함이 민망하고 부끄러워 쉽게 또 작아지는 초년생.

아직도 초년생인 제가 지난한 시간을 버티며 오늘로 도착했습니다. 초년생인 채로 열심히 버텨온 세계를 떠나 다시 종점으로 되돌아가기까지 또 용기가 필요해요. 여전히 앞으로만 나아가고 싶은 마음. 걷고 있음을 세상에 말해보고도 싶어요. 큰 관심 없겠지만 여기서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고요.


종점으로 돌아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을 걸어왔음에도 이렇게 무서워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미래에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해요. 종점으로 되돌아갈 용기를 낼 건지, 아니면 조금 더 붐비더라도 참고 버틸지. 어떤 선택이든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이젠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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