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독일 교환학생을 포기했습니다.

- 성공담 말고 포기담

by 북극성 문학일기


몇 년 전부터 브런치를 시작하려고 했다.
아니 생각만 했다.




브런치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독일로 공부하러 갈 생각이었고, 유학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니까.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있어 보이기까지" 하니 더 좋았다. 독일에 가서 배우고 경험한 바를 꾸준히 남긴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도움이 될 것이다. 무일푼으로 세계여행가기, 트럭 하나를 몰고 세계 질주하기 등 독특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 사이에선 고개도 내밀지 못하지만, 독일에 가서 글 쓸 생각을 하니 괜히 설렜다. 어쩌면 사람들이 국문과 학생이 독일에 방문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어쨌든 난, 독일에 갈 거다!



코로나가 터졌다. 독일어 공부를 해나가며 독일 갈 준비를 하던 나는, 코로나로 인해 독일 교환학생 언어 면접전형이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은 언어가 부족해서 교환학생에 지원할 엄두도 못 냈기에 이건 불행 중 기회라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고민만 계속하다가, 결국 마감 한 시간 전에 다급하게 자소서를 쓰고 제출했다. 운이 좋게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의 기쁨은 찰나이고 그 이후 1년간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지원하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코로나 초기였고 금방 끝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그러나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결국 교환학생이 1학기 연기됐다. 곧 4학년,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시기였기에 그냥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휴학하면서 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독일어 공부하겠다고 한 차례 휴학했지만 곧 간다고 생각하니 한 번 더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1학기는, 1년은 금방 지나갔다.



2020년, 한 차례 미뤄진 독일행이 이번에는 코로나 시기임에도 미뤄지지 않았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에 가지 못하면 학교 측에서는 아예 교환학생 취소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겁도 났지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에 서류 제출 등 교환학생 준비를 해나갔다. 입학허가서도 받았고 비행기표만 끊으면 되는 시점에 결국 두려움으로 인해 포기하고 말았다. 독일로 가기 1달 전의 일이었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갑자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성공담을 쓰고 싶었다.
그것도 엄청 멋진 주인공처럼.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을 떠올려 보자. 물론 그 속에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도 있다. 적절히 그리고 절절히 기록하다 보면 나도 주인공들처럼 어느새 멋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정작 현실은 아예 가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라니. 출발점까지 어렵게 도착했는데 달리기 시합을 포기하는 기분이었다. 좌절과 실패를 겪고 성공을 하는 이야기가 아닌, 실패를 겪고 떠나가는 이름 모를 조연이 됐다.



독일 갈 생각을 하고 지원했던 브런치 작가에도 떨어졌다. 혹시 브런치에서도 내가 독일을 가지 못했음을 미리 안 거 아닐까? 계획은 어그러지고 내게 남은 건 복학밖에 없는 막막한 이 상황.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한 달간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스트레스로 인해 피부병까지 걸린 마당에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기록하며 마음 다잡고. 우울해했다가 다시 회복하며 또 다시 글 쓰고를 반복하며 오늘까지 왔다.



성공담을 쓰기 위해 지원했던 브런치 작가였지만 정작 포기담으로 작가에 선정됐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아쉬워서라도 포기담을 성공담처럼 길게 쓸 예정이다. 2020년 연말부터 써오기 시작한 포기담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포기하기'도 제대로 못 했다. 글을 계속 쓰면 포기가 되고 마음이 의연해질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비록 물리적으로는 포기했어도 마음은 여전히 독일, 그곳에 가 있다. 그게 내가 포기담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기하는 과정을 적은 포기담, 포기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적고 있는 포기담. 나의 끝나지 않은 독일 교환학생 포기담 이야기를 이곳에 담아볼 예정이다. 한글 파일에서 잠들고 있는 글들을 하나씩 꺼내서 깨워야겠다.







* 포기를 위해, 위로를 위해 들었던 노래

#1.-백예린 Yerin Baek - 그럴 때마다(cover)


반복된 하루 사는 일에 지칠 때면 내게 말해요

항상 그대의 지쳐있는 마음에 조그만 위로돼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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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포기를 결정하면서 날마다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침대에 누워서 무기력하게 울고 있는 날이면 반복되는 하루가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다시 깨닫곤 했다.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준다는 마음으로, 혹은 내가 나를 위로한다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bh89lX5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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