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 / 상처를 준 이유가 너무 사소해서
야간 자습을 하고 깜깜한 골목길을 걸어 들어오는데, 뒤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 내가 빠르게 걸으면 뒤에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도 빨라지고, 내가 천천히 걸으면 뒷사람도 천천히 걷고. 그러다가 그 자리에 서 버리면 뒤에 오던 사람이 와서 시집을 하나 건네지.
"이거 한 번 읽어 보실래요?"
거절할 사이도 없이 던지듯 주고 가는 시집. 그 사이에는 단풍잎이나 말린 네잎클로버가 눌린 채 끼워져 있고, 쪽지가 하나 들어 있지. 다음 주 일요일, 오후 두 시 종로서적 이층에서 기다리겠다고. 꼭 나와 달라고.
가끔은 이유도 모르는 채 상처를 받으며 살아.
상처를 주는 사람은 너무 사소해서 상처를 준 줄 모르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너무 사소한 걸로 상처를 받아 꺼내놓기 부끄러워하지.
하지만 사소한 것이 없다면 중요한 것도 없어.
우리 인생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