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 사료는 '고양이 대통령'이라는 사이트에서 산다. 특정 회사를 홍보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으나 글을 쓰려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반려견을 키우는 이웃집 라미네가 개 사료를 주문하는 곳은 '강아지 대통령'. 가끔 양쪽 집 주문 시기가 겹쳐 고양이 대통령, 강아지 대통령 박스가 나란히 재활용장에 나와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곤 했다.
'우리가 대통령들을 모시고 사는구먼!'
대통령 이름이 붙은 회사에서 사주기는 하지만 우리 고양이들이 먹는 사료는 서민 음식처럼 저렴한 것이었다. 집사는 무슨무슨 영양가가 첨가된 고가의 신상 사료들을 사주지 못함을 미안해하곤 했다(나는 아니다. 그저 녀석들이 맛있게 잘 먹고, 떨어지지 않게 챙겨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한치 건너 두치라고, 고양이들 끼니를 챙겨주는 집사의 마음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 집사이지만 주문할 때는 대용량으로 산다. 그래야 싸게 사고 사은품으로 추르나 캣닙도 따라온다. 제품의 품질과 가정 경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집사의 딜레마.
막내 고양이는 장이 좋지 않은지 데려왔을 때부터 설사를 자주 했다. 집사는 병원에 데려가 약을 처방해 오기도 하고, 사료를 바꿔 먹이기도 했는데 몸에 맞는 사료를 찾기까지 이것저것 바꿔가며 먹여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체질에 맞는 사료를 먹으면서 건강한 똥을 눴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 집에 같이 살면서 막내한테만 좋은 사료를 먹일 수는 없는 법. 집사는 눈물을 머금고 비싼 사료를 사서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 마리 모두 대통령 추천 고급 메뉴보다는 종전에 먹던 서민 음식을 선호한다. 냄새부터 다른지, 비싼 사료가 떨어져 할 수 없이 저렴한 사료를 꺼낼 때면 사료통에 고개까지 처박고 게걸스럽게 탐한다. 특히 식탐 많은 메이!
입맛이 까다롭기는 막내가 일등이다. 가을이와 메이는 건사료만 줘도 찍 소리 하지 않고 먹지만 막내는 다르다. 그 녀석은 애피타이저가 있어야 먹는다. 참치가 토핑 되어 있지 않은 사료 그릇을 보면, 입을 대지 않고 집사에게 와서 야옹거린다. "참치는 왜 없냥? 빨리 올려 놓으라냥!" 정도 되시겠다. 집사는 "오늘은 없어! 건사료만 먹어!"라고 말하지만, 집사를 향한 막내의 촉촉한 눈빛을 바라보다가 참치 캔을 따고 만다.
여행을 앞두고 고양이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웃집 초딩 라미가 기꺼이 펫 시터를 자원해 주었다. 막내 고양이를 임시보호하고 있을 때 집에 데려가고 싶어 안달이 났던 아이다. 아마 우리 집에서 거두지 않았더라면 다음 순번은 라미네가 되었을 게다. 오늘은 라미가 고양이들과 상견례를 하러 왔다.
낯선 이의 방문에 겁쟁이 메이는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다. 막내는 길고양이 시절부터 라미의 손길을 받아와서인지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첫 방문객한테는 고고한 자태를 집어던지고 세탁기 뒤로 가서 숨어버리던 가을이도 왠일인지 라미한테는 무장해제. 라미가 추르를 주면서 쓰다듬어주니 가을이와 막내는 라미에게 홀딱 넘어갔다. 자기를 예뻐해주고 아껴줄 사람의 손길은 동물들이 더 잘 알아보나 보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살짝 배신감도 느껴지는 건 뭐지? 특히 가을이 너!
우리 집의 사람 막내가 낮에는 학교 급식으로, 저녁에는 학원 앞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내가 부엌에서 밥 하는 일이 줄었다. 부엌일도 탄성이 있는지, 한 번 놓아버리니 다시 열심히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식구들이 도란도란 모여 먹는 것보다도 각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혼밥 하는 걸 선호하게 됐다.
그래서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는 날에는 아무리 귀찮아도 밥을 해주려고 애쓴다. 주로 주말 저녁이다. 평소에는 바깥 음식을 많이 먹으니까 이런 날이라도 해줘야지 생각한다. 잡곡을 섞어 밥을 안치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는다. 엄마의 잔소리에 밥상에 모여 앉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요청은 한결같다.
"밥은 조금만 주세요." "제 밥도 덜어주세요."
그래, 밤에 과식은 좋지 않지. 아이들은 고양이 밥만큼 조금씩 먹는다.
반전은 종종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다.
어느 날은 냄비에 눌어붙은 라면 국물이, 어느 날은 배달료가 거하게 붙은 와플과 아이스크림이, 어느 날은 그조차도 귀찮아서 '봉지라면'을 끓여 먹은 흔적이 나뒹군다.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냄비 설거지를 하노라면, 새벽잠 없는 고양이들이 밥 달라고 야옹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