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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또는 프롤로그

더 가벼워진 그날을 기대하며

by 글방구리

이 브런치북의 제목은 틀렸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못난 내 친구들에게 바치는 글이 아니라, 덜떨어졌던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썼던 글이기 때문이다.


글의 소재를 생각해 내면서, 나는 내가 아직 나의 부족한 부분, 부끄러운 과거를 다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밝혀져도 괜찮을 만큼 소소한 잘못들은 쉽게 써 내려갔지만, 밝히기 싫은 일들 앞에서는 자판이 멈추었더랬다. 진실한 글이 되려면 적어도 내 마음 안에서 떠올랐던 일들 앞에서 더는 주저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밝힐 만한 에피소드만 밝혔지, 욕먹어도 싼 행동들은 다시 마음에 묻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재를 이어간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또 다른 기만이 될 수 있다.


회개는, 갔던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며,
변화는,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은 에필로그를 쓰며 그간의 단상들을 묶어 치우지만, 마음의 무게가 더 가벼워진 그날이 온다면 이 글은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프롤로그가 되어줄 것이다. 자신에게 떳떳한 그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그때까지 우체통 사진은 열심히 찍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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