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편지 / '시고르자브종'으로 살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흙을 만지고 살아온 삶은,
아니 흙을 바라보기만 했어도
사람의 심성이 흙처럼 겸손해진다는 것을.
풀과 나무와 바람 속에서 뒹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와 플라스틱을 만지며 살아온 사람과는
인성을 이루는 성분이 다르더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
살았던 곳이 '시고르(시골)'냐, '서우르(서울)'냐는 중요하지 않아.
농사를 지어봤냐, 책을 만들었냐도 부차적인 것 같아.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얼마나 존중해 주는가,
다르게 살아온 삶의 궤적을 가감 없이 인정해 주는가 하는 것이지.
그래서 자매들에게 고마워.
무식한 도시 여자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