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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Nov 17. 2024

지옥이 싫다면 방법은 하나뿐

연중 제33주일 / 마르코복음 13,24-32/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2>를 보셨나요? 공포심이나 불안감이 은근히 많은 저는 사실 전쟁 영화, 재난 영화 같은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유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죽음이나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면 자다가도 무서운 꿈을 꾸거든요. 그래도 <지옥> 시리즈는 시즌1, 2를 모두 다 정주행 했습니다('구르는 소' 작가님의 리뷰를 읽은 게 계기가 되었다지요).


저는 이 글에서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리뷰할 생각은 없습니다. 부엌일을 하면서 틀어 둔 거라 중간중간 흐름을 놓치기도 했을 뿐 아니라, 놓친 대사나 스토리를 되돌려 보면서까지 몰입하려는 마음은 없었기에 제가 시나리오를 제대로 이해했을지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복음 말씀을 읽으며 연결되어 떠오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 안의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나 교주보다 더 끔찍하고 어리석은 신봉자들,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의 야합,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떠벌이며 행동대장을 자처하는 일부 유튜버들을 떠올리게 하는 화살촉 등 실제 사회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시즌1이든 시즌2든,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미리 지옥에 갈 죽음의 시간이 고지된다는 설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즌2에서 주목해서 본 부분은 부활한 사람들입니다. 5화까지는 정진수와 박정자만 부활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마지막 엔딩 직전, 시즌1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실은 죽었다가 부활하였던 것임을 보여줍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아기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아기는 죽었는데 곧바로 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죽지 않은 것과 죽었다가 살아난 것은 다릅니다. 아기에게는 죽음은 있었지만 지옥은 없어요! 지옥이 싫다면 아기처럼 순간순간을 깨어 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도 종말이 예고됩니다. 말마디로만 보자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보다 더 끔찍한 환난입니다. 해가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고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린답니다. 그뿐인가요, 묵시록에 등장하는 재앙을 보자면, 세상의 종말이 오면 상상하지도 못할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을 읽다 보면 두려운 마음에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세상의 종말도, 각자의 죽음도 그날과 그 시간을 알 수 없기에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죽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세상도 종말인 게지,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과거와 미래가 없고 오직 현재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아기는 죽었으나 다시 바로 부활한 것처럼, 우리도 아기처럼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 있다면 죽음이 재앙도, 세상의 종말도 아닐 겁니다.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죽음도, 지옥도 아니고, 깨어서 지금 여기를 살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례력으로는 다음 주간이 한 해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는 종말을 준비하라는 말씀으로 정신을 차리라고 촉구합니다. 깨어 있으라는 당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죽음이나 종말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앞으로 다가올 대림시기에도 자주 듣게 될 것입니다. 사는 어디에서나 있었던 무화과나무의 가지와 잎을 보고 계절을 짐작하듯,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민감하게 바라보면서 종말과 재림을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예수님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거죠. 어떻게 깨어 살아야 할까, 새삼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
"그 무렵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무화과나무의 교훈]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깨어 있어라]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Das Kommen des Menschensohns]
Aber zu der Zeit, nach dieser Bedrängnis, wird die Sonne sich verfinstern und der Mond seinen Schein verlieren, und die Sterne werden vom Himmel fallen, und die Kräfte der Himmel werden ins Wanken kommen. Und dann werden sie den Menschensohn in den Wolken kommen sehen mit großer Kraft und Herrlichkeit. Und dann wird er die Engel senden und wird  seine Auserwählten versammeln aus den vier Windrichtungen vom Ende der Erde bis zum Ende des Himmels.
[Die Nähe und Unberechenkeit der Wiederkunft Christi]
An dem Feigenbaum aber lernt dies Gleichnis: Wenn jetzt seine Zweige saftig werden und Blätter treiben, so wißt ihr, daß der Sommer nahe ist. Ebenso auch, wenn ihr seht, daß so etwas geschieht, so wißt, daß Er nahe vor der Tür ist. Wahrlich, ich sage euch: Dies Geschlecht wird nicht vergehen, bis dies alles geschieht. Himmel und Erde werden vergehen; meine Worte aber werden nicht vergehen. Von dem Tage aber und der Stunde weiß niemand, anch die Engel im Himmel nicht, auch der Sohn nicht, sondern allein der V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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