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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위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동아시아 여러 곳에서 음력 새해를 기념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베트남에서는 텟(Tet)이라고 부른다. 신년 소원을 빌 겸 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들어간 식당에서는 노란색 찰밥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재래시장에 가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명절 전날 대목이라 엄청나게 붐비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엄마들은 쑹덩쑹덩 잘린 생고기를 들고 바쁜 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가운데 기다란 책상에 걸터앉아 과일 젤리를 파는 곳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 다섯 시부터는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한다. 수업을 할 때는 대문을 열어놓는데 집집마다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복도식 아파트는 콘서트 장이 된다. 이곳 사람들은 모든 공간을 가라오케로 바꿔놓는다. 명절이어서인지 식당에서도, 상가에서도, 집에서도 열창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동네의 명물인 혼총바위에도 올랐다. 현지인들은 정장 같은 좋은 옷으로 멀끔히 차려입고 나들이를 온 모습이었다. 어릴 때는 여름휴가철이면 친척들끼리 매년 동해바다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설 당일에는 가족들에게 세배하는 영상을 보내기로 했다. 가방 여기저기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삼각대가 요긴하게 쓰이는 순간이다. 명절 내내 밖에서는 폭죽 소리가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