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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셀린과 마늘

친구들

by 몽크

후임 봉사자로 도착한 쇼나는 사진 작가다. 호스트 패밀리를 통해 나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다. 어짜피 나는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일주일 더 머물게 된거라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우린 함께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로 했는데, 한 번은 창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바셀린을 렌즈에 바르는 걸 봤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그런 거랬다. 핸드폰을 닦지 않아 뿌옇게 된 사진에 괜시리 실망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단골 식당에서는 Ahn이라는 언니를 만났다. 저녁을 먹다가 눈이 마주쳤다. 한국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내 그릇을 보며 묻는다.


“마늘 왜 안 먹어?“

작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베트남산 생마늘을 까먹으면서 우리는 친해졌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날 안은 직접 만든 매실주를 대접해주었다.


안은 이별하는게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조트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한국에 가서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하고는 여러 가지 일들로 결정을 미뤄두었다.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을 때 너무 오래 고민하느라 시기를 놓친 적이 있다. 이번이 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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