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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에게

명절이 끝나고

by 몽크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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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풍경이 바뀌었다. 매일 가는 식당 앞에서는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야시장에서 본 별사과가 있어 몇 개 사서 가방에 넣었다. 노란 찰밥을 먹었던 사찰 옆 식당에 다시 들렀다. 명절 내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별사과

마루야마 겐지의 ‘산 자에게‘는 거의 끝냈다. 해변에서 저녁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나면 풋볼이나 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 구경을 하다가 반쪽짜리 코코넛을 들고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맛있어 보인다. 어디서 샀어?”

“200미터쯤 걸어가면 돼. 진짜, 심각하게 맛있어.”


기대를 하면서 걸었다. 유쾌한 아주머니가 작은 아이스크림 리어카 옆에서 동네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딘가를 올려다보고 있는 행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 수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은 처음 봐서..“


“방금 전에 누군가 33층에서 뛰어내렸어. 도시에 몇 없는 고층 건물이라 작년에도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올해는 처음이네. “


아. 그 말을 듣자마자 등 뒤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갔다. 자세히 보니 아파트 건물 1층 상가 지붕 위에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조금 뒤에 게스트하우스 주인 할머니 오토바이가 손녀를 태우고 지나갔다. 뒤따라 숙소로 돌아가면서 봉고차가 인파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세 명의 남자들이 팔이 가느다란 내 또래의 여자애를 누에고치처럼 비닐에 돌돌 말아 차에 실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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