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생활 3개월차
매너리즘에 빠질 뻔한 나를 깨워준 몇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사막 여행에서 카이로에 돌아오는 길에 카톡을 받았다. 보낸 이는 가족이었다. 들뜬 마음을 다잡기라도 하라는 뜻 같았다. 그 후로 알렉산드리아, 시와 오아시스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오히려 잘됐다. 지난 두 달을 돌아보니 나는 지극히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집 밖에 나서지 않고 내리 쉬었다. 수요일 그나마 힘을 내어 도서관에 갔는데 워크숍이 취소되었다. 오랜만에 아동부서 담당자님께 가서 수다를 떨었다. 사무실 창문 옆에 나를 위한 새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요새는 새로운 고민이 들 때면 어차피 인기 많아지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법륜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돈 벌면 쓸 일만 남고 마음을 얻으면 잃을 일만 남고 떠오르면 가라앉을 일만 남는다. 요새는 차라리 침전하고 싶다. 이 도시의 소음을 피해서 물속에 잠시 잠겨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