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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크 Nov 07. 2024

목욕의 계절

카이로 생활 3개월차

매너리즘에 빠질 뻔한 나를 깨워준 몇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사막 여행에서 카이로에 돌아오는 길에 카톡을 받았다. 보낸 이는 가족이었다. 들뜬 마음을 다잡기라도 하라는 뜻 같았다. 그 후로 알렉산드리아, 시와 오아시스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정범 스님께서 보내주신 축원문


오히려 잘됐다. 지난 두 달을 돌아보니 나는 지극히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집 밖에 나서지 않고 내리 쉬었다. 수요일 그나마 힘을 내어 도서관에 갔는데 워크숍이 취소되었다. 오랜만에 아동부서 담당자님께 가서 수다를 떨었다. 사무실 창문 옆에 나를 위한 새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요새는 새로운 고민이 들 때면 어차피 인기 많아지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법륜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돈 벌면 쓸 일만 남고 마음을 얻으면 잃을 일만 남고 떠오르면 가라앉을 일만 남는다. 요새는 차라리 침전하고 싶다. 이 도시의 소음을 피해서 물속에 잠시 잠겨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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