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까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정형외과를 찾았다. 카이로에서 골치 아팠던 발목 통증에 가장 큰 도움이 되어주었던 사람은 의료봉사자 폴이었다. 동료에게 사진 판독을 부탁해서 적절한 운동을 몇 가지 추천해 줬는데 여전히 빨리 걷거나 뛰는 건 무리지만 덕분에 큰 위로가 되었다. 나보다 조금 일찍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게 된 폴의 송별회 날 에어비앤비 집주인 유시프는 성대한 이집트식 아침을 호스팅 했다. 폴이 좋아하던 ‘Gaza on my mind’ 모자를 선물하며 대화를 하다가 둘 다 클라이밍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마지막 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다음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마피시 플루스! 보고 싶어.“
프랑스에서 온 클레어는 고향에서 튀니지 난민들과 일하면서 아랍어 공부를 위해 카이로에 잠깐 머물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에게 돈 없다는 뜻의 이집트어인 ‘마피시 플루스’를 외친 이후로 내게 아랍어 별명이 생겼다. 우리는 현지 맥주인 스텔라나 레몬민트 차를 마시면서 사랑과 평등 그리고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클레어는 각자 다른 이유로 파리를 떠나온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마지막까지 떠나기를 아쉬워했는데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이집트로 돌아갔다고 전해왔다. 우리가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어디서든 다시 꼭 만나자고 보내온 메시지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연말에는 한 해 스쳐간 인연들을 떠올려보고 안부 인사를 전하는 전통은 어디나 같나 보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연락이 왔다. "선생님, 아직도 이집트예요? 우리 놀아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나요?", "언제 다시 올 예정이에요?"
다음엔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언제 이집트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도서관으로의 출근은 멈췄다. 그러나 다행히 워크숍은 계속되고 있다. 와츠앱 그룹에 속한 멤버들의 제안으로 온라인에서 만나기로 했다. 계획해 놓은 대로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Zoom 플랜을 구매해서 미팅을 열고 시차에 맞춰 수업하느라 밤을 새기도 하는 것은, 사실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그들이 보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