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가족 중 누군가가 그림을 그릴 때였다. 동생이 태어나고부터 바빠진 부모님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기 시작했다. 늘 엄마 아니면 아빠와 그림을 그려왔기에 난 미술학원 분위기에도 적응을 못했다.
“뭉크야, 엄마 얼굴 잘 봐봐. 살색만 있어? 어떤 부분은 더 밝고 색도 달라. 세상에 한 가지 색깔의 얼굴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걸?“ 미술선생님이었던 엄마는 제멋대로 그리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었지만 살색 사용에는 엄격했다. 때문에 엄마가 지도하는 학생들의 그림 속 얼굴은 모두 노란색이 군데군데 섞인 어두운 오렌지색 얼굴을 하고 있다.
네다섯 살 무렵 방문 교사로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놀랐다. 그 사람의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열심히 관찰하고 나서 엄마에게 물었다. “영어 선생님은 남자인데 왜 엄마처럼 뽀글뽀글한 머리를 했어요? “
우리 집은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샤워를 자주 하기 힘들다. 날도 점점 추워지니 펌을 하고 싶어서 헤어숍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프리카에서 빳빳한 직모를 동그랗게 말 줄 아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