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곱슬머리를 좋아한다. 이곳에서 펌을 하고 싶어서 카이로 시내 헤어숍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프리카에서 빳빳한 직모를 동그랗게 말 줄 아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가족 중 누군가가 그림을 그릴 때였다. 아빠는 연필로 담뱃갑을 그렸고 엄마는 유화로 꽃이나 과일 같은 걸 그렸다.
동생이 태어나고부터는 두 분 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세상에 한 가지 색깔의 얼굴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는 거야.” 엄마는 살색 크레파스의 사용에 엄격했다. 때문에 지도하는 학생들의 그림 속 얼굴들은 모두 노란색이 군데군데 섞인 어두운 오렌지색이었다.
그 무렵 우리 집에는 원어민 방문 교사가 왔다. 곱슬머리에 어딘가 달라 보이는 그의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