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아팠다.
친구가 사다준 과일을 먹고 겨우 정신 차렸다. 도착 첫날부터 매일 사 먹던 망고는 얼마 전부터 마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아픈 와중에 물건 몇 개를 분실하는 바람에 유일한 현지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맙게도 제철 과일인 구아바와 귤을 양손에 가득 든 채 우리 집으로 와주었다. 몇 개는 찾고 나머지는 잃어버린 셈 치기로 했다. 해외봉사활동에 들고 가는 모든 것은 기부하는 거라는 어떤 선배님의 말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태국에서 고민하던 다이빙 스쿨에 등록했고 마스터 과정까지 마쳤다는 소식. 못 본 사이에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길었고 볼이고 콧등이고 할 것 없이 빨개져 있었다. 일본에 살고있던 남자친구는 내가 이집트로 출국하는날 장기 여행을 시작했다.
주말에는 현지 직원의 결혼식이 있다. 지방에 있는 동료 단원 선생님도 카이로에 올라와 함께 가기로 했다. 하루종일 대청소를 하고 내일 진행할 워크숍 준비로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서 옛날 작업들을 뒤졌다. 런던에서 작업한 Walk the Walk은 여러 컷을 연결하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다. 내일 프린트할 자료로 한 컷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