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 회사 밖에서 알게 된 내 '진짜 몸값'

2024.11월 홀로서기의 시작 8개월 차

by 고서아



'연봉통보'에 울고 웃는


직장인이라면 다들 기대하는 연봉협상 시즌

1년간의 노력을 평가받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유일한 기회.

하지만 실상은 '협상'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부분은 연봉이라는 숫자를 '통보'받고

그 위에 떠 있는 '동의합니다' 버튼을 누른다.

수긍하든 못하든 그렇다 할 선택지 없다.

YES or NO

그렇게 정해진 고정적인 월급으로 12개월을 살아간다.

이 구조는 어떤 면에서는 안정적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불합리하다.

연봉을 올려 받는다 하더라도

이런 수동적인 구조가 나는 마냥 달갑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 또한 별 수 없는 직장인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받기 위해

더 많은 성과를 내려 애썼다.



성과를 내도, 양보해야 했던 순간들


회사 상황이 좋고 내 성과가 인정받았을 땐

1,000만 원 넘게 연봉이 오른 적도 있었고

반대로 회사가 어려울 땐,

리더였던 내가 팀원을 위해

내 몫의 인상분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내 연봉을 일부 양보해야 했던 그 해였다.

전년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냈고

마땅히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3년째 연봉이 동결된 팀원이 있었기에

회사는 그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때 마음 한켠은 이렇게 되묻고 있었다.

"회사 나가면 결국 남인데, 왜 내가 희생해야 하지?"

하지만 동시에, 함께 고생한 그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어쩌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싫었다.

연봉협상이 잘 되면 동기부여가 생기고,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금세 의욕을 잃었다.

내게 '일'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중요한 요소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봉은 곧 나의 '값어치'이기도 하니까.



회사 밖에서 시작된 셀프 연봉 협상


그런 내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처음 맞이한 변화는 연봉이 더 이상 타인의

판단이 아닌 '내가 정하는 값'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억지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값을 직접 제안하고

그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물론 불안정했다. 예측 불가능한 일과 수입,

그건 분명히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를 주었던 건

그 구조 자체를 내가 바꿨다는 점이었다.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건의

단기 계약을 정리하고 오직 2개의 업체에만

집중하는 '1년 장기 계약' 구조로 전환했다.

그러고 8개월이 지난 11월에는

드디어 '예측 가능한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정 수입 기반을 다진 결과

회사 연봉으로 따지면 약 1억 정도의 수입

즉 월급의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44% 정도를

상향시킬 수 있었다.

이직을 잘 한 케이스도 연봉의 20%를 올려서

가는 것에 비하면 2배의 성과였다.


누군가 정한 내 값어치가 아니라

정말 시장에서 내가 내 몸값을 제안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이 드니

자신감이 조금씩 더 붙기 시작했다.



양날의 검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나는 지금의 구조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없다고 대답한다.


지금의 일은, 누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줄을 잘 서야 하거나,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내 일의 결과는 곧바로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잘하면 그만큼 인정받고

못하면 솔직하게 반영된다.

수입이 바로 끊길 수도 있다

얄밉게도 너무나 정직한 구조다.


그렇기에 더는 억울할 일이 없다.

누군가의 기분이나 권위

정치적인 역학 안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더 정정당당하게 내 능력으로

싸울 수 있는 환경이다.

나에겐 이게 오히려 더 합당하고 타당한 구조다.

결과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내가 만든 결과가 내 값어치를 결정한다는 게

오히려 명확해서 좋다.



내가 만족하는 딱 그 정도로만


이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내 연봉을 '올려주느냐'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일이 내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가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구조.

나는 그것을 가장 이상적인 '성공'이라 생각한다.


자극적인 키워드로

'월 1천', '연봉 1억'이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숫자보다

내가 나를 증명해 내는 방식과 삶과 일의 균형을

어떻게 지켜내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앞으로도 내가 내 라이프스타일을를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벌이와 내가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의 선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다.


연봉통보는 이제 끝났고

내 몸값은 이제 내가 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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