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 퇴사하고 시골에서 돈 버는 법

2024.10월 홀로서기의 시작 7개월 차

by 고서아


고성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서울과 고성을 오가며 지내는 삶을 시작한 지 3개월

그전까진 서울에서만 일하고 고성에서는 쉬는 삶이었다.

가끔은 도시에서 탈출하듯 고성으로 도망치듯 내려오고, 또 가끔은 고성에서 충전한 마음을 안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고성에서, 일도 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단순한 휴식지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고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다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성에서는 어떻게 일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방법이 막막했다. 고성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이 전부였고 발이 묶여있어야 하는 자영업은 나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그 고민을 안고 며칠을 집에 틀어박혀 계속 생각만 했다.


정답은 없었지만, 작은 시작은 가능했다.

“일단 내가 누구인지부터, 이곳에 알려야겠다.”


고서아, 부캐의 탄생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 ‘고서아’ 고성에 살고 있는 서울 아가씨. 그 자체로 설명이 되는 부캐였다.

단순히 고성을 좋아하는 외지인이 아니라

고성이 좋아서 서울과 오가며 살고 있는 사람이 말하는 콘텐츠는 진정성도 있을뿐더러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분명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연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계정(@goseoa_life)을 만들었다.

고성에서의 삶이 충분히 나다운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쉬고, 먹고, 걷고, 마시고, 일하고, 고성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만남, 노라킴


그러던 중, 자주 가던 자작도에 ‘노라킴’이라는 작은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에서 살다 온 할머니가 만든 카페라는 스토리에 이끌려, 오픈 당일 재빨리 달려갔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젊은 부부처럼 보이는 분들이 운영 중이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서울에 본사를 둔 인테리어 건축 회사를 운영 중인 대표님과 작가님이었다.
그리고 내가 본 그 ‘할머니’는 실제 인물이 아닌, 브랜드 세계관의 일부였다. 그 순간,

“아, 이건 브랜딩이구나. 내가 해온 일이다.”

브랜드 세계관을 설정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야기하고, 공간과 사람, 감정을 연결하는 일.
그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제안할 수 있는 분야였다.


우연함이 일로 연결이 되는 순간


대표님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생하고 싶다”라고 하셨고 그 말은 지금 프리랜서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 밤새 그 회사에 대해 스터디하고, 다음 날 직접 다시 찾아가 미팅을 요청드렸다.

아직은 정보가 충분하지 않지만 현재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간단한 제안을 드렸다.


그렇게 며칠 뒤, 서울 사무실에서 한 번 더 만나

결국 계약이 성사됐다.


노라킴의 마케팅과 회사 브랜딩을 맡게 되었고,
이 일이 ‘고서아’로서 처음 맺은 진짜 계약이 되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이렇게 일이 만들어지는구나.
나를 드러낸다는 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구나.”


서울에서의 나, 고성에서의 나


그렇게 나의 클라이언트가 두 개의 업체가 되면서서울과 고성을 오가는 삶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에서는 오전엔 성수, 오후엔 종로, 회의와 미팅으로 바쁜 프리랜서 마케터로 정말 밥 먹는 시간도 쪼개가며 아낀 시간을 목요일 밤이나 금요일에 내려와

고성에서는 조용히 바다 앞에서 고서아 콘텐츠를 만들며 고성에서 일할 수 있는 명목도 생기니 또 에너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그 두 삶은 점점 하나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내가 고성에서의 감각 덕분에 더 유연해지고, 고성에서 쉬는 내가 서울에서의 일 덕분에 방향을 잃지 않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한 연결들


고성에 있으며 느꼈던 것은 곳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여 혼자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자영업을 하면서 서로 돕고 돕는 구조로 가야 하기 때문에 지역 간의 상생을 토대로 하는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 북끝서점과 자주 가던 작은 와인집 슬로우댄스와 콜라보 마케팅을 제안했다.


북끝서점의 사장님은 취지는 좋지만

'책'과 관련된 곳들과 협업하고 싶다는 피드백이었고

슬로우댄스와는 협업을 하기로 성사됐지만 내부 사정으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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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성 맹그로브에선
밋업 프로그램을 고서아 캐릭터로 기획했지만
제주 오픈 준비로 인해 실제 진행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결과는 다 달랐지만,
시도할수록 ‘고성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고성맹그로브에 '밋업'프로그램으로 제안했떤 일부


고라니 서포터즈, 공적인 연결의 시작


이 외에도 고성문화재단이나 고성군청에서 하는 활동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마침 고성군청에서 SNS 서포터즈 ‘고라니(고성이라니)’ 모집 공고가 떴다

‘고서아’라는 이름으로 지원했고 나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을 할 수 있었다.

고성군청 고라니 모집 서포터즈 공고


이 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고성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실험이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작은 연결점이다.

� 쉿, 나만 아는 비밀 산책길



SBS 생방송투데이 방송섭외까지..?



어느 날 갑자기 고서아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이 도착했다. SBS <생방송 투데이> 작가님의 섭외였다. ‘자연인’ 콘셉트의 촬영 요청.


'고서아'(@goseoa_life)인스타그램에 서울살이 운동과 시골살이 운동을 비교한 콘텐츠를 올렸는데 그 릴스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5도 2촌에 관련한 사람들을 찾고 있었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섭외요청을 주셨다. 무려 1박 2일이나 촬영스케줄을 빼야 했지만 그래도 애초에 고서아를 시작한 목적이 알리는 것이니 촬영을 수락했고, 그렇게 오늘 (5/5) 저녁 6시 50분 고서아의 첫 방송이 나가게 된다.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래 일 하는 것


구체적이게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의지하나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 볼 수 있었고 그렇게 또 새로운 기회와 인연들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다.


나를 딱 하나만 잘하는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기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내 능력을 더 펼치고 싶다

그 마음으로, 서울과 고성 사이를 오가며 일과 삶의 균형을 실험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의 방향성에 맞춰서 사는 것


물론 당장 돈이 되는 일들이 아닐 수 있고, 중간에 제안하면서 엎어지고 하며 힘이 빠졌던 적도 많지만 그것 또한 결국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든 나중에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렇게 뭐라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있는 게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도전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와 일의 방식이 연결되는 삶,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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