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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26. 2024

도서관에 가 봤어요?

 복지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책놀이 수업을 해 줄 때의 일이다. 평소 책을 사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었다. 책표지에 도서관 이름을 보고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도서관 가 봤어요?"

 "응? 도서관 가 봤지? OO는 도서관 안 가 봤어?"

 "네. 안 가 봤어요."

충격적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세 곳이다. 내가 일하는 복지센터에서 걸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 넉넉잡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질문을 한 아이는 8살이었다. 복지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 미술과 바이올린, 책놀이 수업을 해 주고 있었다. 그 아이는 평소 책놀이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이 수업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책표지에 도서관에서 붙여준 도서관 이름 스티커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이가 책을 좋아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과 놀이공원이나 해외여행은 자주 가지만 막상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찾지는 않는 것이다. 그 아이의 경우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른 이야기를 해 보면 상황이 더 잘 이해될 것이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친하게 지내는 분에게 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가보고 싶다고. 빌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빌리려고 했더니 대출이 되지 않았다. 도서관 시스템이 바뀌기 전의 카드라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도서관에 온 것이 최소 6년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와 보고 처음이라고. 그분의 집에서 도서관은 집 앞 편의점보다 살짝 먼 거리였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해외여행보다 도서관을 자주 가지 않는다. 도서관은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아주 멀리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추궁한다. 책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교실이나 학원에서 받는 수업이 아니다. 도서관은 어쩌다 떠나는 해외여행처럼 이벤트가 아니다.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들른 마트처럼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항상 있는 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도서관이 멀다. 해회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집 앞 도서관에 다녀온 것이 신기해서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책은 먼 이야기이다. 도서관에 간다고 해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거나 갑자기 책이 좋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마트에 진열된 수없이 많은 장난감들 중에서 내 손으로 고른 하나의 장난감처럼 도서관에 진열된 많은 책들 중에 내 손으로 고른 한 권의 책을 읽을 기회를 아이에게 주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집에 예쁘게 정리해 둔 많은 책들 중에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고 한다. 옷장에 걸어둔 많은 옷 중에 왜 입을 옷이 없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마음을 끌지 못하는 옷처럼 책도 그렇다. 항상 책꽂이에 꽂혀 있어서 흥미가 가지 않는 책들 대신 도서관에서 고른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이 느낄 즐거움을 상상해 보면 좋겠다. 백화점에서 고른 예쁜 가방을 내일 약속에 들고 가는 것처럼 아이들은 책을 읽을 것이다. 만약 읽지 않는다고 해도 빽빽하게 진열된 책숲을 거닐던 기억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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