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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01. 2024

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분들과 아이의 독서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았습니다. 그분들이 아이의 독서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성적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문해력이 좋아지고 학교 성적도 오른다는데 도통 책을 안 읽는 아이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독서가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는데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아이를 논술학원에 보냅니다. 근처에 잘한다는 논술학원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역시 부모님들의 관심은 아이의 성적이지요. 독서가 아이의 성적을 올려준다거나 책이 문해력과 사고력, 심지어는 논리력까지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시험과목도 아닌 논술학원에 보내려고 애를 쓸까요? 논술학원에라도 가서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게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했을까요? 저는 매우 조심스럽게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 주변에서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부분의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한 것은 아이들의 성적이지 아이들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책이 아이의 성적을 올려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쉽고 안전한 열쇠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지역아동 복지센터에 독서수업을 하러 갔을 때 사실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책을 싫어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책을 싫어하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무슨 선생님이에요 묻는 아이에게 독서선생님이야 하고 말하면 아이들은 두말 않고 돌아서 갔습니다. 수업시간이 되면 교실에 안 들어가려는 아이들과 억지로 들어가게 하려는 센터장님과의 실랑이가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책 싫다고 울기까지 했다면 믿을 수 있으실까요? 언젠가 제가 세상에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말을 했더니 지인이 니 애만 책 좋아하지 책 좋아하는 애는 없다고 했던 말은 사실 었던 거지요. 그러면 센터장님은 이상한 보상을 걸고 책 읽으라고 합니다. 독서수업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놀게 해 주겠다, 독서수업이 끝나야 보드게임할 수 있다는 식의 협상을 아이들과 합니다. 충격과 모멸의 순간입니다. 제가 한 번도 제 아이에게 하지 않았던 방식이라 놀랐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어떤 일에도 조건을 내걸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집 다 풀면 게임하게 해 주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집은 아들을 위해 풀어야 하는데 왜 부모가 보상을 해 줘야 할까요? 그렇게 해서 한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평소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 책 읽으라는 말도 안 하지만 공부하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상을 주는 일은 어릴 때도 지금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 놀게 해 주겠다니요. 책이 그렇게까지 싫으면 읽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도 센터장님의 회유에 수업에 들어온 아이들은 제가 책을 다 읽어주면 바로 일어나서 끝났어요 선생님 이러면서 나갑니다. 이게 바로 조건식 독서의 부작용이겠지요. 그런 악조건 속에도 참된 독서의 꽃은 피어납니다. 읽기 싫어서 억지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한 권의 책은 마음에 남는 것 같았습니다. 한 아이는 백희나 작가님의 '알사탕'을 읽고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를 볼 때마다 그 책을 읽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남자아이의 나이는 9살이었어요. 제가 그 아이에게 알사탕을 몇 번이나 읽어줬을까요? 정말 많이 읽어줬지만 그 아이는 지겨워하지 않고 매일 그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책으로 수업을 하고 나면 다시 그 책을 읽어야 수업이 마무리될 정도로 그 책을 좋아했어요. 처음에 그 애가 왜 그렇게까지 그 책에 빠졌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말하더군요. 아빠가 엄마를 쫓아냈다고.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아빠가 소리 지르면서 엄마 보고 나가라고 했다고 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그 아이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이혼과정에서 부모님의 싸움을 보면서 아이는 아빠가 엄마를 쫓아낸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아빠는 굉장히 무섭고 잘못하면 소리를 지른다고 합니다. 그제야 저는 아이가 '알사탕'을 좋아했던 이유가 납득이 갔습니다. 놀이터에서 항상 혼자 구슬치기를 하던 동동이는 문방구에서 이상한 알사탕을 삽니다. 알사탕을 먹으면 그 사탕 모양에 맞는 사물이나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신비한 사탕이었습니다. 아빠와 둘이 사는 동동이는 아빠의 잔소리 폭탄에 화가 나서 아빠수염처럼 까칠한 사탕을 먹으면서 자겠다며 침대에 누워서 사탕을 먹습니다. 사탕이 녹으면서 아빠의 마음이 들립니다. 동동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동동이는 화난 마음이 풀어지고 설거지를 하는 아빠를 뒤에서 안아주면서 나도 라고 말합니다. 엄하고 무서운 아빠, 엄마를 쫓아냈다고 생각하는 아빠지만 마음으로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 아이는 알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알사탕을 그렇게 좋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책이 그 아이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알사탕이라는 책을 통해 자기 마음의 알지 못했던 속상함을 나에게 풀어내준 그 아이에게 고마웠습니다.


김향수 작가님의 '우리 누나'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조용히 듣고 있던 8살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다. 저는 응? 엄마 보고 싶어? 그렇게 물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아이가 말해주길 기다리면서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집에 있는 엄마 말고 다른 엄마 보고 싶어요. 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진짜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만나는데 집에 있는 엄마도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진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시집간 누나를 그리워하는 동화속 아이의 이야기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아이는 자주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전에는 책 읽자고 할까 봐 피했던 아이였는데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토요일 되려면 며칠 남았어요? 네 밤만 자면 엄마 만나요. 어느 날은 클레이로 만든 인형을 저에게 보여주면서 토요일에 엄마 주려고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집에 있는 엄마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 보고 싶은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저에게 마구마구 쏟아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그 아이가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상처를, 아픔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상처를 많이 받고 마음에 묻어두고 있습니다. 평소에 무슨 속상한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물어도 별일 없다고 할 때가 많아요. 저의 아들도 그렇습니다. 학교 생활 힘든 것 없냐고 해도 괜찮다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 독서모임에서는 평소 속상했던 일이나 싫은 같은 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은 마음에 쌓인 아픔을 그리움을, 속상함을 꺼낼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어른들도 독서모임하다 보면 전혀 마음의 상처가 없어 보이던 분이 눈물을 흘리면서 상처를 털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가족이 아닌 남에게 그렇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아이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천진하고 아무 생각 없는 개구쟁이들도 마음의 상처나 아픔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준 이유도 아이와 책 읽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책이 주는 위로, 책으로 이야기할 때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을 아이에게 주고 싶어서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가족 독서모임을 멈추지 않습니다. 책은 성적을 올려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열리기 힘든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독서를 통해 높아진 사고력과 논리력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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