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수업 중 풍기는 이 냄새는 무엇??
땡땡땡.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선생님은 오늘도 우리 엄마의 회초리보다 더 큰 회초리를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처음엔 그 회초리를 볼 때마다 긴장이 되었지만 실제로 때리는 경우는 드물어 이제는 무섭지 않다.
"자 우리 어제 배운 글자 기억하지??"
선생님은 초록 칠판에 하얀 분필로 써놓은 글자를 손에 든 회초리로 가리키며 물었다.
난 입학할 때 내 이름 세 글자만 겨우 썼는데 국어시간마다 ㄱㄴㄷ과 ㅏㅑㅓㅕ를 배워 이제 웬만한 단어는
모두 읽을 수 있다.
엊그제는 받아쓰기 시험을 100점 맞았다. 빨간 색연필로 100이라고 쓰인 내 공책을 본 엄마는
"오메오메 우리 딸 장하다 장해~"를 연발하며 나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계속해서 엄마의 칭찬이 듣고 싶었던 나는 "엄마 나 진짜 잘했어?"를 몇 번이고 되물었다.
"오늘은 수진이가 한 번 읽어보자!!"
선생님 말에 수진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침 해가 떠... 떠...."
"아침 해가 떴읍니다."
수진이가 더듬는 부분을 선생님이 읽어주었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는 글자라 당황했는데 혹시나 날 시킬까 불안했으니까.
지금 보니 내가 웬만한 글자를 다 읽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선생님은 칠판에 쌍ㄱ, 쌍ㄷ, 쌍ㅅ, 과 쌍받침을 써놓고 설명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전빵에서 파는 쌍쌍바뿐이다.
쌍쌍바는 50원인데 두 개나 들어있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드다.
오늘 받은 용돈으로 이따 집에 갈 때 종국이, 경진이랑 사 먹을 생각에 벌써 달콤하고 시원한 기분이다.
'어 쌍쌍바?? 쌍ㅅ이네?'
오~~ 나도 모르게 한 글자 배웠다.
땡땡땡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친구들은 벌써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는데 나는 낄 수 없다.
오늘 칠판지우개 터는 당번이니까. 두툼한 지우개를 양손에 잡고 탁탁 세게 부딪히면 분필 가루가 풀풀 날린다.
지우개를 털 때는 먼저 숨을 참고 두세 번 탁탁 털고는 얼른 옆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분필가루 날림이 줄어들면서 지우개가 맞닿을 때 뽀드득거리는 느낌이 나는데
그건 지우개를 깨끗하게 아주 잘 턴 것을 의미한다.
나는 지우개를 갖다 놓고는 수돗가로 달려가 팔에 붙은 분필 가루를 씻어내고 옷에 묻은 가루도 털어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머리를 다 뒤집어 까서 터는데 땡땡땡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쪼금도 못 놀았는데... 에이씨" 쉬는 시간은 항상 금방 지나버린다.
"자 12+9=? 이 문제 풀 수 있는 사람?"
선생님은 또 회초리로 칠판을 가리키며 우리들을 쓰윽 한 번 쳐다봤다.
나는 책상 아래에서 열 손가락을 다 동원하여 눈알을 굴려가며 계산해봐도 답을 모르겠으니
그저 선생님과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처 박고 책을 뚫어져라 볼 뿐이다.
"경진이 나와서 풀어봐라"
아무도 나서지 않자 선생님은 또 경진이를 불렀다.
경진이는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모범생이지만 평소 침을 조금씩 흘려 놀림을 받기도 했다.
특히 책에 집중할 때는 덩어리 침을 흘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경진아 침이 자꾸 책위로 떨어지냐. 입을 꾹 다물어봐야"라고 얘기하곤 했다.
착하디 착한 순둥이가 침까지 흘리니 좀 모자란가 싶어서 놀림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경진이는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는 책벌레이자 무엇이든 아는 척척박사로 우리 반 1등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물어보고 아무도 대답이 없으면 꼭 마지막으로 경진이를 불렀다.
경진이는 칠판에 21을 썼다.
'21?? 그렇게나 많다고?? 틀린건가?? 맞은건가??'
답을 몰라 멀뚱멀뚱 칠판을 쳐다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주 잘했어. 정답은 21이지??"라며 우릴 쳐다보았다.
우리는 정답은 모르지만 그 순간 모두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할 줄 아는 눈치는 있다.
선생님도 그런 우리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속내를 들킨 것 같아 긴장이 되는데 마침 땡땡땡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다행이다.
"수진아 우리 화장실 가자"
"나 아까 다녀왔서야"
"그래도 같이 가면 안 되냐?"
"나 놀아야 돼야. 너 혼자 갔다 와라"
'다음에 니가 같이 가자고 하면 절대 같이 안 갈 거야'
나는 눈이 튀어 나올 때까지 수진이를 째려보는데 수진이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잘만 놀고 있어 얄미웠다.
이 똥간은 아무리 자주 와도 적응이 안된다. 대체 똥을 얼마나 많이 싸라고 저렇게도 깊이 파놓은 건지..
똥이 다 차기도 전에 내가 빠져 죽을까 봐 무섭고 밑에서 쑤욱하고 귀신이 나올까 봐 무섭다.
게다가 날이 더워서인지 엄청 큰 똥파리들이 내 앞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왔다 갔다 하니 정신 사나워 죽겠다.
손으로 똥파리들을 쫓아내며 "에이씨 진짜!!"를 연발해가며 겨우 볼일을 마치고 일어서는데 다리가 전기 통하듯 찌릿찌릿 저렸다.
얼른 손가락에 침을 묻혀 코끝을 찍어대니 저리던 다리가 서서히 풀렸다.
땡땡땡 또 쉬는 시간이 끝났다. 오늘은 도대체가 놀 시간이 없네. "에이씨"
"지선아 너 똥 쌌지?? 화장실에 하루 종일 앉아있냐??"
쌍둥이 형제가 친구들 모두 있는데서 나를 놀렸다.
"지선이는 학교에 똥 싸러 왔대요~"
친구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에이씨 그래 니 똥 굵다. 니 똥 칼라다.'
놀려대는 쌍둥이가 꼴 보기 싫어 속으로 아무 욕이나 해버렸다.
사실은 너무 부끄럽지만 괜히 화가 난 척 자리에 앉아 보지도 않는 책을 이리저리 사납게 넘겨댔다.
수업이 한참인데도 선생님의 말이 귀에 안 들어왔다.
"선생님. 이상한 냄새가 나요.
갑자기 수진이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말했다.
"아까부터 냄새났어요."
주변 친구들도 코를 막으며 한 마디씩 보탰다.
그때 수진이 짝꿍 동훈이의 얼굴이 새빨개져 울기 직전이다. 선생님은 동훈이에게 다가가
"동훈아 집에 가서 씻고 와. 집이 바로 앞이니 혼자 갔다 올 수 있지?"
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귀를 쫑긋 세운 우리는 모두 그 대화를 듣고 말았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라는 말과 함께 동훈이는 달음박질해 교실을 나갔다.
"으음... 애들아 동훈이는 1학년이지만 생일이 빠른 7살인 거 알지? 아직 어려서 실수한 거니까
똥 쌌다고 놀리면 안 되겠지??" 선생님은 동훈이를 위해 우리의 입단속을 했다.
"네~~" 일부러 놀리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수업시간에 바지에 똥 싼 동훈이를 보니 아까 놀림당한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동훈아..... 난 너 똥 싼 거 안 놀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