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쓰는 이야기 1

by 아이쿠

고등학교 교복이 참 독특했어요.

대체 누가 이따위로 디자인을 했냐며

디자이너는 우리한테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장수할 거라고 장담을 하게 하는 옷이었죠.


상의는 당시 대부분이 화이트를 선호하던 트렌드를 뒤집는

희한한 색상을 자랑하는 독창적임과 함께

말라깽이도 통통하게 보이는 마법을 부렸으니

저 같은 통통이들은 치를 떨었지요.


하의는 어떻구요. 당시에 흔치 않은 플레어스커트로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한복 치마보다 광폭인 스커트로

바람 불거나 비 오는 날 치맛자락을 잡지 않으면

길바닥에서 속옷을 공개할 수 있는 역작이었지요.


저희 주변 여고들은 저희 교복을 볼 때마다

바람 부는 날 광녀들이 광기를 부린다고 비웃으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들의 교복에 자부심을 가졌지요.


하여튼 그런 교복을 입고 등하교를 하는 저였어요.

아침부터 비가 오던 여름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도 조신히 치맛자락을 붙잡고 버스를 기다렸어요.

당시 버스는 앞뒤로 계단이 두세 개 있었는데

그 높이가 상당해서 옆에 기둥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경우도 많았지요.


버스에 타니 자리가 다 찼길래

얌전해 보이는 젊은 언니 앞에 얌전히 섰지요.

젊은 언니는 제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착한 언니였어요.

하지만 제 등치에 가방까지 맡기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 사양했어요.


뒤에는 남자 친구가 앉은 건지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참 다정해 보였어요.

남자 친구도 언니처럼 착해 보였는데 흠이라면

남자치고 너무 말라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보였어요.


다정한 커플 한쌍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그 순간!!

아저씨의 급출발에 제 두발은 미끄러웠던 바닥에서

갈 곳을 잃고 꼬이며 미끄러지더니 어느새

그 앙상한 두 다리의 젊은 오빠 무릎 위에 앉아 있었어요....


그때 제가 나름 학생이라고 최고 중량을 자랑할 때였는데

그 육중하고 펑퍼짐한 엉덩이를 그 젓가락 같은 다리 위에

철퍼덕하고..... 앉기만 했게요?

쏠리면서 가방으로 먼저 젊은 오빠 얼굴을 한대 후려치고

엉덩이로 누른 거죠!!

언니가 가방 달라고 했을 때 줬으면

남자 친구가 얻어맞지는 않았을 텐데....

제가 경솔했더군요...


남자 친구와 다정한 얘기를 하려 고개를 돌렸던 착한 언니는

저와 얼굴을 대면하고 있었고 당황하던 언니의 동공은

알고 보니 이 새끼가 변태였나 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뀌고 있었지요.


저는 빛의 속도로 일어나 연신 죄송하다며

목이 떨어져라 인사를 했고 언니는 그제야 오해를 풀고

박수까지 쳐가며 웃고 있었지요..

여기서 끝났으면 그날 전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다행히 한정거장만 가면 목적지였기에

창피함을 꾹꾹 참고 내리기만을 기다렸어요.

뒷문이 열렸고 빨리 내리려는 저의 급한 발놀림에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저는 또 미끄러졌...!!!!!!!!!!!!!!!!!!


텽텽텽텽 계단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마지막엔 도로 위를 엉덩이로 착지했지요.

파국이었어요.....


당시 H.O.T가 대히트를 치며

문희준의 엉덩방아 춤이 유행이었는데

제가 그걸 버스 계단에서 춘 거예요.


엉덩방아를 찧는 동안 저의 치마는

나풀나풀 나풀거리다 못해 뒤집어졌고...

하아......

하아...

하아....


저는 그날 내가 지금 학교를 갈 게 아니라

지구를 떠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결석을 용납할 엄마가 아니었기에

부끄러움을 참고 어찌어찌 학교를 갔습니다.!!


교복만으로도 광녀의 기운을 풍기던 저는

그날 진정한 광녀로 거듭난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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