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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것이 뭔일이다냐?

by 아이쿠

"엄마~~~ 꺄아아악~~"

어찌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악"소리와 함께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땐 내가 누운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정신이 혼미했다.

"야 다들 괜찮냐?? 애들아?? 애들아!!"

영훈 오빠는 다급하고 놀란 목소리로 소리치며 우리들의 몸을 흔들어 깨웠고 그제야 나를 비롯한 아이들이 끙끙 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우리 마을 아래쪽으로 가면 어른들의 피서지이자 우리들의 소풍 장소였던 저수지가 있으며 그 저수지 근처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휴일인 오늘 아이들을 포함한 온 동네 사람들이 저수지 근처로 논일을 갔다.

다 같이 하던 일이 끝나갈즈음 어른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은 영훈 오빠에게 경운기 운전을 맡겼다.

"영훈아. 애들 싣고 먼저 가라. 우리도 곧 뒤따라 갈게"


난 경운기 왼쪽 맨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내 건너편에는 진규가 앉았다.

열명 남짓의 동네 아이들을 태운 영훈 오빠는 차분히 경운기를 몰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신작로에서 무얼하고 놀지 정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옆으로 낭떠러지가 이어지는 그 모퉁이 길에 다다르면 우리 동네가 보였다.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들 때 초보운전인 오빠는 실수를 하였고 동시에 우리를 태운 경운기는 신작로가 아닌 낭떠러지를 달리고 있었다.

맨 앞쪽에 앉아있던 나와 진규는 그 모든 순간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질끈 감고 엄마를 부르며 발버둥 쳤다.


나도 모르게 꽉 움켜쥔 손과 헛발질은 언젠가 읍내에 열렸던 장날 엄마가 태워주던 놀이기구와는 비교가 안 되는 긴장과 공포였다.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손과 발이 풀려 경운기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었다.

그렇게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진규와 언니 오빠들도 엉켜져 끙끙 신음소리를 냈으며

동생들은 울부짖으며 떨고 있었다.


우리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울면서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너나 할 것 없이 경운기 밖으로 나와 낭떠러지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곧 뒤따라오던 어른들은 절벽을 기어오르는 우리를 보고 놀라 소리쳤다.

"오메 뭔 일이다냐. 이것이 뭔 일이여?"

"아야 얼굴 좀 보자"

엄마는 보자 하던 얼굴은 안 보고 내 팔다리를 만져가며 사지가 멀쩡한지 확인했다.

"어디 아프고 다친 데는 없냐?"

9살 경미의 이마에서 피가 난 것 외에는 아무도 다친 이가 없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오메 다행이다. 천만다행이여. 하늘이 도왔다!!"

"대체나 여기가 꽤 깊은 낭떠러지인디 이만한 게 어디다냐"

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우리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동네 사람들의 원망을 들었을뻔했던 오빠는 다행히 부상자가 없어

"뭐단다고 경운기를 저 깊은 곳으로 꼬라박았냐?"

라는 가벼운 질책과 함께

"너도 놀랬겠다"라는 위로의 말을 들을수 있었다.

오빠도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낭떠러지 밑으로 꼴아박힌 경운기도 끄집어내야 했다.

신작로에 세워둔 경운기 뒤에 끈을 묶어

낭떠러지에 있는 경운기 앞에 연결하였다.

두 경운기 모두 시동을 걸어 마을 사람들이 한참 동안 당기고 밀기를 반복하고서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생애 첫 교통사고는 별 상처 없이 지나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나름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아야 지선아. 니네 동네 가는 길이다. 태워줄게 언능 타라"

"아니요. 전 걸어갈래요"

경운기 타고 등하교하는 날은 운수 대통한 날이라며 좋아했었는데 이젠 태워준다고 해도 싫었다.

모퉁이 길을 달리는 경운기만 보아도 괜히 마음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내 두 발은 더 부지런히 걷고 뛰어야 했고 덕분에 내 종아리 알도 무럭무럭 쑥쑥 자라났다....

한참 동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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