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난리 났네~난리 났어~!!
그들만의 암묵적인 순서가 있습니다.
70대인 두 분은 밤이면 항상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옵니다.
듣고 있자니 키 작은 분은 혼자 살고
한 분은 아주머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친구, 자네~~ 혹은 야!!
하며 부르니 절친인 것도 같습니다.
막대 하드 10개, 과자 몇 봉지와 소주
항상 두 분이 같이 가서 같이 골라오니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선
다 고른 물건을 카운터에 펼쳐 놓습니다.
"어이 친구!! 아이스크림 5개 가져갈런가?"
"아이 참 뭔 소리여! 자네가 다 가져가서 묵소"
"같이 묵자고 샀응게 얼른 골라봐~~"
"허허 그럼 내가 5개 가져갈까?? 어째 비비빅 먹을래?"
"아니 그러지 말고 반반 잘 섞어서 가져가 봐"
"그럼 그럴까? 우리 집사람이 이걸 좋아해."
전 계속 지켜봅니다.
이제..... 아이스크림 분배가 끝났습니다.
아직 과자가 남았습니다....
"친구~~ 과자는 뭐 가져갈래?"
"허허 참 자네가 다 가져가라니까 그라네"
"에헤이~~ 그러지 말고 얼른 골라"
또다시 반복입니다.
"그라고 요 소주도 가져가~~~"
"알았네 그래 그럼 그럴랑께 어서 집에 가세"
"그라세"
"저기.... 계산 안 하셨는데요?"
저의 말에 아저씨들이 더 놀랩니다.
"우리가 정신 팔려서 계산도 안 했소??
허허이 아 미안하요 이거는 내가 낼게"
하고 키 작은 분이 지갑을 꺼내십니다.
"자네 뭔 소린가!!"
다른 분이 그분을 뒤로 밀어내고는
지갑을 꺼내려 주머니를 뒤집니다.
이때 뒤로 밀려났던 분이
"친구 자네 그러면 못쓰네
나 그러면 이제 안 만날라네"
하며 그분을 옆으로 밀어냅니다.
그리고선 손에 움켜쥔 지갑을
펼치고는...... 머뭇거립니다...
"얼마라고???" 하며 다시 묻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분이
"자네 진짜 그럼 못쓰네.. 콱 그냥!!
어시오!! 내 돈 받으시요"
그제야 키 작은 분이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납니다.
도대체 이게 뭔 난리인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옛날분들은 저게 인정이지
하고 생각했는데 매번 이런 상황이니
이제는 그냥 술주정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 분이 매번 실랑이를 하지만
그들만의 계산 순서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손님이 없을 때는 저는
두 분의 실랑이를 구경하고
다른 손님들이 계실 땐 물건을
계산대 끝으로 살짝 밀어놓습니다.
그곳에서 잘 해결하시길 바라면서요~
그런데 어느 날엔 두 분이 낮에 들어오시더니
"아주머니 미안허요." 하고 사과를 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실까요??"
"아니 친구들 말 들어본 게 어제 우리가
술 먹고 여길 와서 실례를 했다던디..
난 기억이 잘 안 나요만 동네에서
그러면 안되는디 미안하게 되었소"
전 "아 예" 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아는 바가 없어 달리 할 말이 없었지요.
남편에게 물어보니 전날 밤
그분들이 여전히 계산대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길래 남편이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으니
이러지 말라고 했는데 술김에
화를 내고 갔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기억조차 없는데
주변분들이 이 상황을 보고
알려줘 사과하러 오신 거지요.
그 후로는 술 취해 오는 일이 없고
요즘은 대낮에 가끔씩 오십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의 그 상황극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펼쳐놓고 니거 내 거
사이좋게 나누던 그 모습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