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저번 주에는 일하면서 생긴 기회들과 감사한 순간을 기록했다면,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들을 써보려 한다.
우리는 완벽한 기획서로 시작한 팀이 아니었다. ‘완벽’보다는 ‘완료’를 추구했다.
경험도 없는 팀이, 완료를 추구한다? 모든 것이 구멍투성이였다.
가장 먼저 부딪힌 건 비용이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협찬과 후원이 필요했지만, 후원을 받기에는 기획력도, 마케팅도 부족했다.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콘셉트’도, ‘확실한 팬덤’도 없었다.
그저 “파티를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후원/협찬이 필요하지만, 후원사/협찬사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후원을 제안하려니,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됐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얘기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게 맞나?' 계속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하지 않은 약속을 할 때는 압박감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계속되는 거절에 정신력이 소모됐다. 주눅들었고, 수치심이 들었다.
여러 미팅을 다니며 결국에는 망해도 "우리만 망하도록" 방향을 조정했지만, 그 방향을 찾아내기까지 정신적인 소모가 컸다.
DJ 무료 섭외 글을 올렸을 때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
우리는 예산이 부족했고, 아마추어 DJ 중 ‘무대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DJ를 무시한다”, “프로 DJ도 아닌데 티켓값을 받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들의 비난은 애정어린 피드백이라기보다는 공격적인 분노 표출에 가까웠다.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그 글을 읽는 순간 상처 받았다.
심지어 누군가는 내 글을 스크린샷 해서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악플 세례를 겪으며 의욕을 많이 잃었다.
약 2주 동안 스트레스 받았고, 때려치우고 싶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영향이 있다.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잡무가 많았다. 예산안, 포스터, 기획서 작성, 영업 등등..
그 모든 게 귀찮았다. 빨리 해치우고 쳐내고 싶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과 관련된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데..
내게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처음부터 예감은 있었다.
‘파티 플래닝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무언가 하나를 완수해보는 경험’, ‘안 될 것 같은 일을 끝까지 해보는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Sober Rave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문화였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감히 만들 수 있는 파티는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두려움을 안고서도 직접 만들어보는 것,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겪어보는 것.
한 번 그런 경험을 해낸다면, 다음에 또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조금 더 두려움 없이, 더 높은 실행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원초적인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는 ‘도전적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쟤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라고 인정 받고 싶었다.
‘파티’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 ‘무언가를 해내는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부족한 기획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것도 그 조급함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티의 스타트는 내가 아닌 타인이 끊은 것이었다.
애초에 즐기기 힘든 동기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진심으로 파티 플래닝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정 욕구와 자신감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없다.
내게는 진심으로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내보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심지어 이 여정 속에서 좋은 인연들과도 연결됐다.
다음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
타인의 시선에 조급해하지 말고 내 속도로 밀고 나가고 싶다.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