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다복용

반지하 파라다이스

by 한 율


움푹 파인 반지하방에 난 철제 출입문.


무겁게 밀리다 둔탁하게 닫히는 소리.


그늘진 층계를 따라 몇 걸음 올라서면 어느새 높다란 언덕 위 서있.


반지하 바닥에서 언덕의 꼭대기 순식간이다.


가파른 언덕 아래엔 제각각 크기가 다른 집들이 굽이 친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정체된 풍경.


평화로움이 적절히 깃든 적막함.


모처럼 맑은 날씨엔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배경화면.


하지만 머릿속 폴더를 클릭하면 그 안에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과충전 된 상념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곤 한다.


지지직 스파크가 튀고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태양을 똑바로 쳐다본 것처럼 일순간에 하얘진 시야.


언덕길을 내려오다 돌부리에 걸린 듯이 크게 휘청인다.


아슬아슬하게 칠이 벗겨진 쇠난간을 부여잡았다.


정신을 붙잡으니 익숙한 골목의 모퉁이에 기대어 있었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의 중간 지점에 교묘하게 걸쳐있던 것이다.


마치 골목에 비스듬히 서 있는 전신주처럼 말이다.


전신주 위에는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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