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모드

반지하 파라다이스

by 한 율


점차 잦아드는 소리.


무음의 세계를 향하여.


무음모드를 켠다.


웅성거리는 거리의 소음마저 사그라든다. 얼기설기 엮인 섞인 상념이 복잡하게 얽힌 담쟁이덩굴처럼 똬리를 튼다. 끊임없이 발걸음을 이끌다 점차 차오르는 숨.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른다. 작게 맺힌 땀방울. 서늘해지기 시작한 날씨임에도 제법 후덥지근한 기운이 감돈다. 주위로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일정하게 바뀌는 듯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본다.


다시 점차 커지기 시작한 소리.


살아가고 있다.


무음모드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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