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다 Oct 04. 2021

웃어요~ 웃어봐요~

미소는 더하고 감성은 쪼개기


미소 #1- 스웨덴 사람


  그는 스웨덴 사람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외국인 발음이 귀여웠다. 놀리려고 그런 건 아니고 귀여워서 나도 때때로 외국인 발음을 쓰던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어우. 너무 사뢍해요우."

  어느 날 그가 내 말을 듣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도 그를 사랑스럽게 쳐다보 그가 물었다.

  "왜 외국인 발음해요?"

  "..."

  이런. 알아챘구나 너.

  그의 한국어 발음이 늘었다.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지금은 더 이상 외국인 발음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때때로 내 눈을 보면서 자기, 자기 눈에 눈꽃이 꼈어요 라고 할 때는 정말이지. 눈곱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지가 않다. 내 눈에 낀 눈꽃이 눈곱이 되는 건 싫어서.




미소 #2 - 감성은 쪼개고 미소는 더하고


  여러 날의 장거리 연애 끝에, 나는 그를 보러 스웨덴으로 갔다.

  지금 우리의 앞에는 예테보리 시내가, 아름다운 포세이돈 분수대가 커다란 그림처럼 드넓게 뻗쳐 있었다. 태양을 피해 그늘이 진 미술관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꺼내자 갈매기들이 몰려들었다.


 

  어느 겨울이었던가. 엄마와 동생과 겨울 바다를 찾았다. 바다를 보는 동생의 눈은 감성으로 흠뻑 젖었다. 그녀는 파도치는 겨울 바다와 그 앞에 선 갈매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갈매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잠시 조용히 생각하다 넌지시 말했다.

  "아. 배고프다! 생선. 생선! 배고파. 배고파!"

  동생은 내 말에 웃더니 표정을 바꾸고는 말했다.

  "언니 때문에 내 감성이 깨져버렸어."

  우리는 또 한참을 추위에 굳은 모래사장 위를 걸었다. 

  동생은 전경을 내다보다 감성이 찰 때쯤 갈매기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샌드위치를 꺼내자 몰려온 갈매기들에 난 그때 생각에 혼자 킥킥거리자 그가 물었다.

  "왜 웃어?"

  내가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자 그는 샌드위치를 오물오물거리며 미소 지었다. 나는 이야기를 끝내고 분수대의 포세이돈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저 광장에 포세이돈 동상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포세이돈은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바라보았고, 물줄기는 계속해서 쏟아져 내렸다.

  그가 물었다.

  "아. 시끄럽다?"

  나는 대답했다.


 


차가워. 차가워.
옷 좀 입혀줘.





 추워. 습진 걸리겠어.

 



소 #3- 산딸기


  스웨덴에서는 산딸기가 유명하다.

  길가에 보면 작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까지는 아니지만 옹기종기 매달려 있다. 

  산책을 하다가 그가 빨갛게 익은 산딸기 하나를 따서 내 손에 올려놓았다.

  "이거 봐. 이거 다 익었다."

  입안 한가득 떫떠름한 감촉을 뚫고 딸기 껌 같이 상큼한 맛이 번졌다. 나는 좀 더 맛보려고 산딸기를 따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해맑게 딸기를 집어 먹는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길가에 난 거라 개가 거기에 오줌 쌌을지도 몰라."

  "..."


  우리 둘 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그래도 맛은 있었다.

개 오줌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

어쩐지 너는 안 먹더라...




미소#4 - 시답잖은 농담.


  때때로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왜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지. 하지만 나는 그런 농담들이 좋다. 

  시답잖은 농담에도 슬쩍 짓는 미소는 여유스러워 보인다.

  별생각 없이 편하게 웃을 수 있다면 아저씨 농담도 좋다. 소박한 말장난도 좋다. 우스갯소리도 좋다. 별거 아닌 일들에도 마음 편히 웃는 여유로운 시간이 좋다. 함께 웃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라는 아름다운 서로의 모습이 가슴 한켠에 새겨질 테니까.


  미소 지은 우리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서로의 미소가 기억되길 바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던져보고는 하는 거다.




  



오늘도 이렇게
스마일, 스마일~






당신은 웃는 모습이 예쁘니까
이전 03화 미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