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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03. 2021

미소

씩 웃어봐요. 이렇게. 이렇게.

   예전에 엄마 추천으로 항공사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승무원을 해보는 건 어떻냐는 엄마의 의견을 듣다가 딱히 뭘 해야 할지도 몰라 꽤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덜컥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면접을 준비하며 멘토분께서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은 미소 짓는 표정을 온종일 지을 정도로 웃는 표정을 유지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숙제를 내주셨다.


   미소 지으며 일주일 살기


   처음엔 그냥 좀 힘들겠거니 생각했는데 꽤 어려운 숙제였다. 방에서도 웃고 있고, 걸을 때도 웃고 있고, 지하철을 탈 때도 웃고 있으니 운동한 마냥 입가가 저렸다. 처음에는 올라간 입꼬리에 눈도 반달 모양이었다가 입 근처가 아파와서 어느 새엔 형식적인 웃음이 되어버렸다. 


    가다가 목이 말라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어쩐지 아저씨가 기쁜 듯 카드를 받았다. 순간 '뭐지' 싶었다. 평소엔 웃지도 않으시던 김밥집 아줌마도 오늘따라 친절했다. 심지어 잘 가라며 인사까지 해주셨다. 

   아무런 생각 없이 웃었는데도 내 미소에 기분이 좋아지신 두 분의 모습에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런 감정 없는 웃음이었는데도 내 미소가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쉴 틈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빤히 보았다. 올라간 입꼬리를 더 길게 늘어뜨려보았다. 이빨이 훤한 웃음이었다.


   오늘따라 미소가 예뻐 보였다.






씩 웃어봐요.
이렇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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