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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Sep 30. 2021

100%

나에게 줄 달달한 선물 한 알


   중국 유학 시절, 나는 애정결핍이 나 심한 상태였다. 대부분 애들이 그랬다. 결핍이 심한 애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받고 싶은 만큼 사랑해야지.


  대학 시절에 내가 마음을 주던 몇 친구들에게 열과 성을 다했다. 생일이면 아침부터 부랴부랴 나가 선물을 사고, 케이크를 사고, 포장을 하고, 생일 기념으로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머지 친구들이 당황할까 봐 미리 연락해서 내가 산 선물 다 같이 한 거로 하자고 입을 맞추고, 밸런타인데이면 남자에겐 주지도 않는 사탕들을 기숙사 방문 앞에 슬며시 걸어놓고, 언제든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곧장 달려 나갈 출동준비를 했다.


  나처럼 너희들도 슬플까 봐.

  


  그런데 참 이상했다. 분명 100%의 힘을 다해 노력했던 것 같은데 돌아오는 게 단 하나도 없다. 돌아오는 내 생일날, 친구들은 얼렁뚱땅 넘어가며 립스틱 하나를 건넸다. 포장이 되지 않은 시장 립스틱이었다. "우리가 다 같이 산거야."라며 건넨 선물을 만지작거리는데 친구 하나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사실 애들 다 오늘 너 생일인 거 까먹었었데. 이 선물도 나 혼자서 한 거야."

  적잖아 충격이었다. 선물이야 그렇다 쳐도...

  왜지? 왜일까?


  매일 밤 나는 울고 있는데 왜 내 곁엔 아무도 없을까.

  왜지? 왜일까?


  뭘 잘못했기에 외로운 걸까.

  뭘 잘못했기에 내 곁엔 아무도 없는 걸까.


  그때 들은 인상 깊은 말.

  "네 손에 사탕이 열개 쥐어졌는데 그걸 다 줘버리면 너를 위한 사탕은 아무것도 남질 않으니까. 너를 위한 사탕은 좀 남겨놓고 내어주는 건 어떨까."




  내가 사는 기숙사 옆 방의 베트남 스님이 해준 말이었다. 그래도 내 속에선 비난하는 소리가 아우성쳤다. 자꾸만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네가 최선을 했어야지.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그때마다 내가 나에게 위로했다.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은 건 내가 노력을 반밖에 하지 않아서 그래.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앞으로 더 노력하면 좋은 일들이 올거야."


  아니.


  나의 고백을 듣던 언니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다. 

  “없는 걸 끌어 모으는 게 100%는 아니지 않을까?”

  대학교 선배였다.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다 나온 나의 고백에 언니가 말했다.

  “우물이 있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그 속에는 80%의 물 밖에 없어. 그런데 100%를 채워야 한다고 흙을 파대고 긁어모아 우물 속에 집어넣는 게 100%의 노력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우물에 채워진 물의 양이 80%이던, 60%이던, 30%이던 채워진 양만큼이 100%야.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만약 우물이 말라비틀어져서 0%의 물이 있다면?”

  “그럼 그 자체로 살아가는 것이 100%의 최선인 거지.”

  “달콤한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내 우물에 100%가 채워지게 말이야.”

  언니는 말이 없었다.

  “집착이겠지?” 내가 물었다. 내가 물었지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의의 노력은 30%도 100%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없었다.

  내가 쏟은 80%의 노력이 나의 100%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또한 그들이 내게 준 10%의 마음도 그들에게는 100%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한 사탕을 너무 많이 내어준지도 모르겠다.

  나를 위한 사탕은 단 한 개도 남겨두지 않고서 생기는 대로 족족 내어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받겠다는 강한 일념 하나로 나를 사랑할 마음마저 내놓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부족함을 채우려던 건 채워지지 않는 내 마음 그 자체였었다.

  나는 손에 남은 사탕 한 알을 입에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사랑한 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나를 위한 사탕을 남겨두고 내어주어야지. 없는 걸 끌어모으는 게 100%는 아닐 테니까.



 너를 위한 사탕을 좀 남겨놓고 내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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