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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수 Jun 27. 2024

7강

마지막 날, 나를 위한 조가弔歌

당신은 자신의 조사弔詞를 어떻게 쓰고 싶습니까?

조사3弔詞/弔辭  명사. 죽은 사람을 슬퍼하여 조문(弔問)의 뜻을 표하는 글이나 말. - 네이버 국어사전-


멀리서 어머니가 부르신다.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

'루미에게 죽음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이나 변천이 아니라, 새로운 문지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영혼을 일깨울 절호의 기회다.' 배철현 블로그. 수피 시인 루미(1207-1273) <내가 죽던 날> 번역하며 쓰신 글.


<마지막 순간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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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독후활동>

https://blog.naver.com/strawberryokok/222720020400?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시고 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사랑하던 사촌 언니도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죽음은 매번 나에게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과 내가 나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사뭇 달랐어요. 나의 죽음은 내가 받아들이고 말고 할 일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약속된 듯이 어김없이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었어요. 


몇 년 전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어요. 수술을 기다리던 일주일 동안 나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입원하며 병원에 가지고 갈 수 있던 것은 집도 아니고, 땅도 아니고, 아끼던 블라우스도 아니고, 오디오도 아니고, 직장도 친구도 취미도 책도 그 무엇도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연락이 가능한 핸드폰과 신용카드 한 장과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전부였어요. 그마저도 수술대 위에 올라갈 때 모두 내려놓아야 했어요. 나의 옷은 모두 벗겨졌고 나는 느낌도 생소했던 수술용 가운 하나를 걸쳐야 했어요. 몇 분 정도였을까요? 그 수술대 위에서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마취제가 있어 나는 전혀 고통받지 않고 죽음직전만을 경험했어요. 


어제는 살던 집을 팔고, 월세 계약을 하러 부동산에 다녀왔어요. 사업이 힘들어진 남편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들의 거슬리는 말투에 발끈하여 아들과 말싸움을 했습니다. 어제의 일을 후회합니다. 아들에게 삶은 공짜가 없는데 너는 왜 그리 철없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느냐며 냉랭한 말을 쏟아 냈어요. 다음날이 중간고사인데 게임하며 놀고 있는 아들을 보노라니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오늘이 아들을 보듬을 수 있는 세상 마지막 날인데 나는 아들에게 사나운 말을 쏟아 냈어요. 그런 내가 한심하고 처참합니다. 후회됩니다. 삶은 후회의 연속인가 봅니다. 게다가 삶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제대로 후회도 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살아내지도 못합니다. 바보입니다. 내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두 아이의 팔베개를 실컷 해 주며 함께 살 부비고 행복하고만 싶습니다.



나를 위한 조가를 씁니다. 


아들!
너희 두 아들을 오른팔과 왼팔에 품고

하늘을 보고 누워 있던 그 순간은

엄마가 세상을 다 가진 순간이란다.

그 순간이

엄마가 아는 세상의 전부다였다. 


여보!

당신이 사 준 가볍고 편한 운동화!

그 하얀 운동화를 신겨주는 사랑과 헌신에 반해

나는 당신과 결혼했어요. 

그리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주어

감사합니다.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엄마! 아빠! 

나는 곧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갑니다.

그곳에서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뛰어놀다가

다시 엄마 아빠 품에 안길 거예요.

모든 짐을 던져버리고 나는

다시 철없는 아이로 돌아갈 거예요.

기다리세요.


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

나는 당신들과 함께 행복했어요

매 순간 당신들과 함께 나는 열정을 불태웠어요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나와 함께 식사해 주어서 고마웠어요.

나와 함께 떠들고 웃어 주어서 행복했어요.

때로는 시기심으로 나를 자극해 주어 내가 성장했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다시 또 만나요. 안녕!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쓰기가 어렵네요. 온 마음과 온몸으로 가족들을 사랑하지 못한 삶이 후회되어 추체 할 수가 없네요. 좀 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리 살면 되는 것을 왜 좀 더 가지려고, 좀 더 빼앗기지 않으려고 악착을 떨고 살았나 싶어요. 


2024년 올해 1월에 버킷리스트 10개를 적었는데 그 첫 번째가 책 쓰기보다 글쓰기였어요. 그렇게 쓰지 않으면 또 누구나 책 쓰는 챗지피티의 세상에 휩쓸려 책 쓴다고 정신을 빼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챗지피티로 너무 쉽게 글을 쓰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이기도 했고, 좀 더 나의 글쓰기를 다듬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많이 쓰다 보면 저절로 글쓰기가 는다고 책 쓰기를 추천하시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어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책 쓴다며 나를 소진해 버리지 않고, 글쓰기에 집중하며 시간과 정성을 아끼는 중이었는데, 교수님의 블로그에 글쓰기 특강이 있더라고요. 이거구나, 내가 기다리던 것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올해 버킷리스트 1호를 너무 잘 정한 것 같아요. 교수님께 진실한 글쓰기를 배우고 있는 느낌입니다. 늘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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