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는 누구나 남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최대의 유산은 돈이나 사업, 사상이 아닌 '삶의 방식'이라고 했다. 나아가 '용감하고 고상한 생애'라고 했다. 자신이 불사신처럼 죽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방식'을 남기는 것이다. 삶의 방식을 물려주면 돈과 같은 물질적 형태로서 뭔가를 남기지 않아도 후세의 사람이 그 사람의 생애를 떠올렸을 때, 일생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 기시미 이치로
올 초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 시간이 생겼을 때 도서관을 자주 갔다. 가서 이런저런 책들을 보고(라고 하기엔 5권도 채 되지 않지만) 인상 깊은 구절은 열심히 써가며 독서를 했다. 그중 가장 몰두했던 책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가 쓴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이었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한창 이슈였을 때 처음 접했고 꽤 인상적이어서 몇 권 사다가 읽고 나름 삶에 적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살면서 차츰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거실 책꽂이에 꽂혀 있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이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책을 펼쳐 밑줄 그은 부분만 빠르게 읽다가 그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도서관에서 바로 기시미 이치로의 책 몇 권을 살펴봤다.
빠르게 살펴봤을 땐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을 가장 먼저 읽고 싶었는데 어쩐지 제목이 좀 부담스러웠다. 꽤 묵직하게 느껴지는 제목에 각 잡고 제대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겼지만 하여간 마음이 이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머리와 마음에 방아쇠를 당기는지 페이지마다 새겨야 할 글들이 가득해서 거진 필사 수준으로 읽게 되었다.
기시미 이치로가 전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내가 실천하며 살고 싶은 미니멀리즘의 형태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었다. 내가 이해한 개념으로 정리해 표현하자면 "지금 여기 내 삶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였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공헌감과 열등감, 불안과 신경증에 대한 해석 등 다양한 관점들을 주장하는데 어쩐지 읽으면 읽을수록 주어진 환경에 대해 핑곗거리를 갖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나의 최선으로 살아가는, 군더더기 없이 지금 여기, 오늘을 사는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그 가치관과 이어져 있다고 느꼈다.
특히 공헌감에 관한 부분은 최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는 나의 가치관과 닮아 있었다. 일단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일말의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완벽히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 솔직하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쉽게 화를 내고 감정을 드러낸다. 내가 잘못해서든 상대방이 잘못해서든 사랑하는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짜증을 잘 내고 후회할 말을 던진다. 뭐, 그럴 수 있다. 인간이니까. 하지만 인간이니까 그 말이 후회할 말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아깐 내가 날카로웠어. 미안해. 마음 상하게 해서."라고 전화를 하든 얼굴을 보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대가 웃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아이고 괜찮아. 그런 날도 있지."라고 말하거나 "알고 있으니 다행이구만!" 하고 멋쩍어 웃는 웃음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일인지 느껴야 한다. 그렇게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미루지 않고 전하는 것. 그것이 내겐 일 순위다.
거창한 일로 도와야만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존재만으로도,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공헌감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협력하고 실행한다면 공헌감은 성립된다. 이것은 모든 것이 빠르게 흐르고 넘쳐나고 버려지는 요즘 시대에 없어져선 안될 중요한 감각이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내게 주어진 것에 부족함을 느끼기보다 활용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충만함을 누리는 것도,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것도, 진실한 말로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서할 수 있는 오늘을 사는 것. 그것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충만한 공헌감을 누리는 삶이자 내가 정의한 미니멀 라이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