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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3

우려곡절 성장기

by 포야와 소삼이 Feb 05. 2021

우리 부부는 둘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학병원에 갔다. 

소견서에는 원인불명의 언어지연 이었지만 검사도 해야할 것이고, 어리더라도 미리 아는게 낫지 않을 까하는 생각에서 였다. 


잠이 안온다. 며칠 전부터 쿨하게 가자고 말은 했지만 업무를 할때도 자꾸 그 날짜가 다가올수록 기다리지 않은 편지를 뜯는 것처럼 겁이 나려고 한다. 

결과도 아니고 알아보러 가는거고 검사만 할뿐 아무런 병명도 얻을 수 없는데....그냥 나의 둘째를 다른사람이 검사하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게, 그리고 우리 부부가 그저 기다려서 받아들어야 한다는게 참 일반적이지가 않았다.


병원에는 많은 환자가 있었다. 소아, 재활관련 병동에서는 유독 아이들이 많았다.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데를 우리아이랑 같이 왔으니 묵묵히 의자에 앉아서 검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별다른 멘트는 없었다. 다음 일정 및 주차 등 쓸데없는 말을 듣고 나왔다. 염색체검사도 해야한다고해서 피를 한번 뽑기도 했다.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참 아픈 사람들이 여긴 많다. 우리아이는 그저 검사를 받으러 온건데 이 장소는 초조, 걱정, 불안 온갖 감정을 힘껏 억누르고 평범한 매 한가지 표정을 지으며 난 아니라는 듯 색깔구분이 없는 사람들 뿐이였다. 그런데 한가지. 아픈 아이들이 참 많았다. 


다신 오기 싫었다. 그 후에도 몇번을 더 가고, 다른병원도 가고, 수도없이 똑같은 100문항이상의 사전검사지와 검사에 활용될 만한 아이행동분석자료를 작성하였다. 말을 못하는 둘째의 상태를 우리 부부가 평소 아이를 바라보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상태로 결정을 내리기위한 사전 조사였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네모박스에 체크 표시를 계속 하면서 내가 죄를 지은 게 참 많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참 하기 싫었다. 보통아이가 아니라는걸 처절하게 느끼게 해준 문제지와 그걸 당연하게도 정답을 체크하여 만점을 받야아 하는 나였다. 그게 검사결과였으니. 난 만점일 수 밖에......


다행이 염색체의 문제는 없었다. 기분 좋은 일이 하나생겼다.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고, 희망이 보였다. 잘 가르치면 될거라는 생각에 얼른 병원을 벗어나고 싶었다. 안고 뛰듯이 차에 타고, 병원비영수증을 들이대며 주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제대로된 검사를 하려면 만5살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표현력, 상상력, 생각의 능력을 판단한다는게 부모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인지, 사회성 등을 보는데, 그래도 아이와 검사를 하려면 스스로의 판단력, 행동분석 등 발달사항에 대한 나이가 만5세경이다. 


그때까지 언어치료기관, 행동발달치료기관을 활용했다. 소견서를 바탕으로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아서 주2회~3회정도 둘째를 데리고 다녔다. 이런 아동발달기관이 동네에도 몇개씩 있다는 것도 처음알게되 사실이지만 태권도, 미술학원도 아니고 이곳에 우리 아이를 데리고 와서 가르쳐야한다는 현실에 우울했다. 


어른이 되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몇년, 대학시절, 조금더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어린 우리아이도 조금 이전으로 돌아갔다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나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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