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고메리 Aug 11. 2023

2. 어느 일학년

나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늘상 3월 입학식 무렵은 꽃샘추위가 한창이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갔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학생수가 굉장히 많을 때였다. 한 반은 50명에 육박했다. 다른 신입생들과 함께 줄을 길게 늘어섰다. 낯설고 춥고 어색한 이 시간... 찰라의 시간이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과 어색한 공기가 지금도 느껴진다. 3월이지만 아직은 겨울의 느낌.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리기 전 겨울에 도시로 이사를 했다. 7살까지 살던 시골과는 많이 달랐다. 줄을 서고, 주변의 친구들의 하얀 손에 내 눈길이 간다. 그리고 내 손을 본다. 나의 손이 거칠고 빨갛게 텄다.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에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이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무언가 다른 점이 있으면, 어색하고 남들과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이것이 해결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도가 된다. 이러한 내면의 성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튀고 싶지 않고, 조용히 한 역할을 하면서 지내고 싶은 성격은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의 것은 아닌 듯 하다. 

  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다. 마음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말로 잘 표현을 못하는 어린이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런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 것도 같다. 꽤 오랫동안 이런 성격을 갖고 살아왔다. 한 반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 중의 한명으로서 학교의 규칙을 지키며 공부를 배우면서 그렇게 한 사람의 초등학생이 되었다.(당시로선 국민학생)     

 저학년 시기의 사진을 보면 항상 양쪽으로 땋거나, 묶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누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마음속으로는 맴돌지만, 또렷하게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워낙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시골에서 7살까지 살다가 광역시라는 큰 도시로 이사를 와서일까? 의사표현을 당차게 잘 하지를 못한 면은 초등 저학년이후에도 지속되어 꽤 오랜 기간 나에게 머물렀다. 

  선생님이 된 후, 어릴적 나처럼 내성적인 아이들을 만날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나보다도 훨씬 더 내성적인 경우도 있다. 그럴때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말을 걸듯이 천천히 기다려보거나, 이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나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전 02화 Ⅰ. 꿈을 찾는 여행   1.  고향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